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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톱기사(우측)한국영화

대통령의 이웃으로 산다는 건…

청와대 건너 붉은 벽돌집 스틸컷

서울 종로구 효자동, 청와대와 불과 1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낡은 양옥집 한 채가 서 있다.

이 붉은 벽돌집에는 3대에 걸친 한 가족이 50년째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청와대 건너 붉은 벽돌집>은 이 평범한 가족의 일상을 통해 대한민국 현대사의 가장 뜨거웠던 순간들을 조명한다.

영화는 집 안으로 스며드는 ‘소리’에 집중한다. 군부독재 시절, 집 주변은 서슬 퍼런 긴장감이 감도는 금단의 구역이었다.

당시 이들에게 허락된 소리는 정적뿐이었다. 지붕에서 물이 새도 고치지 못하고, 어느 날 갑자기 집 앞에 초소가 생겨도 순응해야 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과 함께 정적은 소란으로 변했다. 시위대가 청와대 앞까지 진출하면서 침묵은 일상을 위협하는 소음으로 바뀌었다.

특히 2016년 탄핵 정국 당시, 촛불집회의 함성과 이에 맞서는 반대 세력의 확성기 소리는 끊임없이 집 안으로 밀려 들었다.

민주주의의 진전이 주민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생활 소음이 되는 아이러니를 영화는 담담하게 포착한다.

청와대 개방 이후에도 소음은 멈추지 않았다. 시위대가 떠난 자리를 시민들을 위한 공연 소리가 채웠기 때문이다.

영화는 정권이 교체되는 거대한 정치적 풍파를 주민들이 느끼는 ‘소리’의 변화로 전달한다.

감독은 거창한 메시지를 던지는 대신, 창밖의 ‘푸른 지붕’을 바라보는 가족들의 무심한 시선과 대화를 통해 권력의 최인접지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고충과 적응을 보여준다.

청와대 이전과 정치적 격동기를 아우르는 후반부는 공간이 가진 역사적 무게감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권력의 정점이던 공간이 한순간에 공연장으로 변하고, 시위 소음이 음악 소리로 치환되는 과정은 기묘한 울림을 준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처럼, 노부부는 그저 주어진 환경을 묵묵히 받아들인다.

민주주의의 격동기를 거치며 발생한 소음을 누구의 탓으로 돌릴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결국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하며 시위의 행렬도 옮겨갔다. 이는 곧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고통스러운 생활 소음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대통령실 재이전은 이들에게 다시금 해묵은 걱정을 안긴다.

반복되는 역사의 굴레 속에서 이를 다시금 받아들여야만 하는 주민들의 모습은 안타까운 여운을 남긴다.

<청와대 건너 붉은 벽돌집>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가족의 생활감 넘치는 에피소드로 풀어내며 대중성을 확보했다.

거창한 역사 교과서보다, 50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킨 집 위로 켜켜이 쌓인 시간이 더 큰 울림을 준다.

올겨울, 우리가 지나온 시간을 차분히 되짚어보고 싶은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질 것이다. 24일 개봉.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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