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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영화톱기사

일상의 소음이 광기로 변하는 순간

영화 차임 스틸컷

우리의 일상은 수많은 소리로 가득 차 있다. 아침을 깨우는 알람, 편의점의 입구 벨, 그리고 누군가의 방문을 알리는 차임벨까지.

너무나 익숙해서 의식조차 하지 못했던 이 평범한 소리가 어느 날 나를 조종하는 ‘명령’으로 들린다면 어떨까.

일본 호러 영화의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차임>은 바로 이 지독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관객의 심리를 서서히 압박한다.

영화는 요리 교실 강사 마츠오카(요시오카 무츠오 분)의 평온한 일상에서 시작된다.

평소와 다름없이 음식 재료 다듬는 법을 가르치던 그에게 한 수강생이 기괴한 말을 건넨다.

“선생님은 들리세요? 저 소리요. 저한테 메시지를 보내고 있어요.”

뇌 속에 기계가 박혀 누군가의 조종을 받고 있다는 청년의 기이한 주장을 마츠오카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한다.

하지만 이후 벌어지는 청년의 충격적인 돌발 행동은 마츠오카의 세계를 단번에 무너뜨린다.

영화는 사건의 원인을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정체 모를 차임벨과 함께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전염되는 광기를 차가운 시선으로 포착할 뿐이다.

특히 화면을 지배하는 무채색의 차가운 색감은 관객의 불안을 자극한다.

구로사와 감독 특유의 정적인 카메라 구도와 거친 입자감이 느껴지는 화면 질감은 평범한 주방과 거실조차 마치 이 세상이 아닌 듯한 이질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밝은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화면 곳곳에 스며든 서늘한 공기는 시각적인 압박감을 더하며 곧 닥쳐올 파국을 예고한다.

역설적으로 영화의 제목인 ‘차임’ 소리는 러닝타임 내내 관객의 귀에 단 한 번도 들리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뇌를 울리는 강렬한 명령이지만, 제3자인 관객에게는 오직 서늘한 정적과 인물들의 기괴한 반응만이 전달된다.

구로사와 감독은 마땅히 들려야 할 소리를 의도적으로 소거함으로써,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를 극대화한다.

이 영화는 갑자기 무언가 튀어나오거나 큰 소리로 깜짝 놀라게 하는 전형적인 기법을 지양한다.

대신 일상의 균열 속에 스며드는 불길한 기운만으로도 관객의 숨을 멎게 만든다.

관객은 주인공이 허공을 응시하거나 갑작스러운 일상의 변화에 당황할 때, 그 ‘들리지 않는 소리’를 상상하며 극도의 긴장감을 경험하게 된다.

본편 상영 시간은 약 45분으로 상업 영화에 비해 짧은 편이다.

그러나 이 시간은 오히려 밀도 높은 구성과 팽팽한 리듬감을 만들어내며 관객을 단숨에 몰입시킨다.

장황한 설명 대신 이미지와 정적만으로 공포의 본질을 꿰뚫는 거장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실제 극장 상영 버전은 본편에 이어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심도 있는 대담 영상이 포함되어 총 80분 내외로 구성된다.

거장이 직접 밝히는 제작 비하인드와 영화적 철학은 본편이 남긴 서늘한 여운을 더욱 풍성하게 채워줄 것이다.

일상의 경계를 허무는 기묘한 공포, 영화 <차임>은 오는 4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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