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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무는 나를 기억할까?

다큐멘터리 영화 콘크리트 녹색섬 스틸컷

1980년대 정부가 조성한 대규모 저층 아파트인 개포동 주공아파트. 한때 ‘개도 포기한 동네’로 불렸지만, 지금은 ‘개도 포르쉐를 타는 동네’가 되었다.

영화는 공가(空家)가 넘쳐나는 이곳에서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찾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감독의 추억이 깃든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가보니 아직도 그 자리(아파트 상가)에 그대로, 그 의사가 있다. 애를 낳아도 계속 찾는 이들도 많아서 이젠 성인 환자가 더 많다고 한다.

이곳뿐 아니라, 문방구, 시계방 등 수십 년째 그 자리를 지키는 이들이 아직 많다.

그리고 이곳을 지키고 있는 또다른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나무다. 다른 곳과 달리 6만 그루 이상의 나무가 심어져 도심 속 숲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이곳에 얽힌 추억을 가진 이들도 많다. 재건축을 앞두고 사람들이 떠나면서 더 멋있게 우거졌다.

이성민 감독이 이곳을 찍어 인터넷에 사진을 올리자, 몇 동 앞인지 맞히는 이들이 넘쳐났다.

하지만, 재건축 과정에서 모든 나무를 베어버릴 예정이다. 어딘가로 옮겨 보관했다가 몇 년 후 다시 옮겨 심는 돈이 새 나무를 심는 것보다 돈이 더 들기 때문이다. 강남구청에 민원을 넣어봤지만, 그냥 나무를 베어냈다.

감독의 노력으로 구청이 조합과 얘기해 공원 예정부지의 나무는 베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공원 예정부지가 아닌 곳은 구청이 관여할 수 없고, 공원 예정부지의 나무도 몇 %나 살릴지는 알 수 없다는 게 강남구청의 입장이다.

이에 감독이 조경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남은 나무를 조사해 구청에 자료를 제출했다.

하지만, 조합 측은 설계 변경을 이유로 나무들을 베어버렸다. 40년을 한 자리를 지켜 온 나무들이 모두 잘려 나갔다.

구청은 감독에게 왜 이렇게 나무에 집착하냐고 핀잔을 줬다. 조합에서 감독에게 연락을 주겠다고 했지만, 결국 그 많은 나무를 모두 베어버렸다.

다큐멘터리 영화 <콘크리트 녹색섬>은 어린 시절 개포동 주공아파트 1단지에서 자란 이성민 감독이 이곳이 사라진다는 소식을 듣고 그 과정을 무려 7년에 걸쳐 기록한 결과물이다.

지난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감독은 “나무에 집착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처음부터 나무에 관심 있었던 건 아니고, (동네를) 둘러보다 보니 나무를 통해 추억이 떠올랐고, 이 나무도 나를 기억할까 생각하니 집착이 아니라, 당연한 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개발 지역을 다룰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선 현재 1기 신도시인 일산에 거주 중인데, 재건축을 앞두고 있어서 똑같은 작업을 또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고양시 산황산 문제에 관심이 있다며, 700년 된 보호수 옆에 골프장을 증설할 예정인데, 보호수도 위협받는 상황을 사람들이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또, “이 영화를 보고 사람들이 자기 주위의 나무가 눈에 들어오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콘크리트 녹색섬>은 오는 19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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