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알 수 있다면?

시간을 다루는 SF 영화는 대개 거창하다. 거대한 타임머신이 등장하고, 지구의 멸망을 막기 위해 수십 년의 시공간을 뛰어넘는다.
그러나 야마구치 준타 감독이 선사하는 영화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은 그 거창한 관습을 사뿐히 넘어선다.
이 영화가 다루는 시차는 단 ‘2분’. 무대 역시 1층 카페와 2층 자취방, 그리고 건물 위층이 전부다.
하지만, 이 소박한 공간과 시간 속에서 터져 나오는 창의성의 밀도는 그 어떤 대작 SF보다 빽빽하다.
영화의 출발점은 직관적이다. 카페 주인 카토의 2층 방 모니터와 1층 카페 모니터가 ‘2분 차이의 미래’로 연결된다.
여기에 두 모니터를 마주 보게 해 2분, 4분, 6분으로 미래를 무한 확장하는 ‘드로스테 효과(Droste Effect)’가 더해지는 순간, 영화는 멈출 수 없는 질주를 시작한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연출의 정교함이다. 약 70분의 러닝타임 동안 카메라의 컷을 정교하게 숨긴 ‘원테이크(One-shot)’ 스타일의 연출은 배우들의 동선, 대사 타이밍, 그리고 화면 속 화면이 재생되는 시간을 단 1초의 오차도 없이 톱니바퀴처럼 물려놓는다.
공간을 오르내리는 인물들의 숨 가쁜 소동극은 관객으로 하여금 정교하게 설계된 기계 장치의 작동을 눈앞에서 직접 지켜보는 듯한 시각적 쾌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 영화를 단순한 ‘기술적 실험작’에 머물지 않게 만드는 진짜 힘은 중반 이후를 관통하는 위트 넘치는 주제 의식에 있다.
2분 뒤의 미래를 알게 된 인물들은 역설적이게도 ‘미래 화면에서 본 행동을 똑같이 재현해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며 미래의 노예로 전락한다.
미래를 미리 손에 쥐는 것이 과연 인간을 자유롭게 만드는가? 영화는 소란스러운 소동극 속에서도 이 날카로운 질문을 놓치지 않는다.
계산된 미래에 의존하는 대신, 스스로 겪어낸 경험의 가치와 ‘정해지지 않은 현재’를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유쾌하게 풀어내며, 미래의 궤적을 쫓기보다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빛나는 순간임을 스마트하게 증명해 낸다. 오는 19일 개봉.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