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전문지 마이스타 입니다 기사 본문을 마우스로 드래그 후 스피커 아이콘을 누르면 음성으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Click to listen highlighted text! 연예전문지 마이스타 입니다 기사 본문을 마우스로 드래그 후 스피커 아이콘을 누르면 음성으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외국영화톱기사(우측)

재밌다 vs 시기상조다 의견 대립

애니메이션 <스퍼마게돈: 사정의 날> 스틸컷

노르웨이에서 날아온 성인 뮤지컬 코미디 애니메이션 <스퍼마게돈: 사정의 날>이 마침내 국내 관객들을 찾는다.

‘성인판 인사이드 아웃’이라는 별칭답게, 이 영화는 10대 소년의 몸속 수억 개의 정자가 난자라는 골인 지점을 향해 펼치는 장대한 서바이벌 레이스를 유쾌하고 노골적으로 그려낸다.

이 작품은 정자들의 모험을 통해 피임, 사정, 임신 등 지극히 생물학적인 과정을 시각화한다.

정자들이 콘돔을 뚫고, 살정제를 피해 가는 장면은 그 자체로 유머러스하면서도 피임의 중요성을 각인 시킨다.

하지만 영화를 접한 한국 관객들 사이에서는 노골적인 표현 수위에 대해 찬반이 뚜렷한 게 사실.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에서 먼저 영화를 접한 이들은 “신선하고 재밌다”라는 평을 남겼지만, “국내 극장에서 보기 힘들 것”이라거나 “노르웨이처럼 12세 관람가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는 성(性)을 유머의 소재로 공개적으로 활용하는 북유럽의 개방적인 정서와 성을 여전히 ‘금기’ 혹은 ‘음지’의 영역으로 간주하는 한국의 보수적인 정서 간의 틈을 명확히 보여준다.

한국 관객들은 정자들의 모험에는 웃으면서도, 정작 영화가 던지는 직설적인 성적 유머와 청소년의 성관계 묘사에 대해서는 깊은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영화가 한국 성문화에 던지는 가장 중요한 화두는 성교육의 방향성이다. 오랫동안 한국의 성교육은 ‘절제’, ‘순결’, ‘위험 회피’ 등 부정적인 프레임에 갇혀 왔다.

그러나 <스퍼마게돈: 사정의 날>은 10대의 서투른 관계와 원치 않은 임신 과정을 솔직하게 보여주면서, 성적인 소통과 책임감을 긍정적으로 다룬다.

특히, 영화의 후반부에 삽입된 ‘낙태 선택권’에 대한 뮤지컬 넘버는 압권이다.

생명의 시작을 코믹하게 다루던 영화는 갑작스러운 임신이라는 현실적 문제 앞에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명확히 지지하며 논쟁의 중심에 선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민감한 주제를 애니메이션이라는 대중 매체를 통해 정면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정자들의 생존 경쟁을 보며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을 넘어, 이제 한국 사회도 청소년과 성인 모두에게 ‘성적 자기 결정권’, ‘동의의 중요성’, ‘파트너 간의 솔직한 대화’ 등 성을 둘러싼 복합적인 가치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애니메이션 <스퍼마게돈: 사정의 날>은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으로, 10대 당사자보다는 기성세대, 즉 성인에게 필요한 교육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영화의 파격적인 유머를 불편함 없이 웃어 넘길 수 있는 성인이라면, 영화 속 ‘옌스’와 ‘리사’처럼 서툰 10대의 모습이나 정자들의 필사적인 여정을 통해 생명과 성에 대한 태도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문화적으로는 발칙하고 유쾌한 수작이지만, 사회적으로는 한국의 성 인식과 성교육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될 것이다.

이 영화가 단순한 ’19금 블랙 코미디’로 끝나지 않고, 한국 성문화의 성숙한 논의를 끌어내는 촉매제가 되기를 바란다. 23일 개봉.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

답글 남기기

Click to listen highlighted t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