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마음을 여는 치유의 프리즘

차가운 도시에 지친 현대인의 마음에 따뜻한 위로를 건넬 감성 치유 드라마 한 편이 스크린을 찾아온다. 그 주인공은 곽민영 감독의 신작 <프리즘 오브 그레이 락>이다.
이 영화는 마치 ‘프리즘’이 빛을 분산시켜 다채로운 색을 보여주듯, 메마른 감정의 삶을 살아가던 한 여인이 상처를 직시하고 잃어버린 ‘감정의 색깔’을 되찾는 과정을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낸다. 이 과정은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과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의 주인공 도아(권아름 분)는 학교 상담교사이지만, 정작 자신의 내면은 철저히 봉인한 채 살아간다.
이혼 후 딸과 떨어져 지내지만, 딸을 보고 싶다는 표현 한 번 하지 않고 건조한 일상을 유지한다.
그녀는 자신을 ‘그레이 락(Gray Rock)’이라 여기며 그저 모든 것을 참기만 한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상처 받지 않으려는 무의식적인 시도처럼, 그녀의 삶은 온통 무채색이다.
기쁨도 슬픔도 없는, 그저 회색빛으로 물든 풍경 속을 걷는 듯한 도아의 모습은 많은 관객들에게 낯설지 않은 감정적 공허함을 안겨준다.
그러던 중, 표현예술치료를 시작하면서 도아의 단단한 회색 바위에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또한,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시선 속에 조금씩 마음의 빗장을 푼다.
이처럼 치료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과정은 도아에게 역설적으로 고통스러우면서도 해방감을 안겨주는 여정이 된다.
특히 인상 깊은 것은 도아의 영혼을 짓눌렀던 억압된 감정과 과거의 트라우마가 마치 굳어버린 돌덩이 같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를 직시하고 어린 시절의 아픔을 마주하면서, 도아의 감정은 ‘그레이 락’에서 서서히 본연의 색채를 띠기 시작한다.
이윽고 봉인되었던 분노, 슬픔, 그리고 자신을 향한 연민이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순간, 영화는 도아의 내면에 갇혀 있던 다채로운 감정들이 마치 프리즘을 통과한 빛처럼 찬란하게 흩뿌려지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장면은 단순히 감정의 해소가 아니라, 인간이 지닌 모든 감정 하나하나가 소중하며,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온전한 ‘나’를 이룰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렇게 무채색으로 갇혀 있던 감정들이 빨강, 파랑, 노랑 등 본연의 색깔을 되찾는 과정은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과 강렬한 희망의 빛을 선사한다.
권아름은 감정의 기복이 거의 없는 인물에서부터 점차 내면의 폭풍을 겪고 다시금 생기를 찾아가는 도아의 복잡다단한 심리 변화를 극의 흐름에 따라 섬세하고 설득력 있게 연기해냈다.
영화 <프리즘 오브 그레이 락>은 단순히 상처를 치유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외면하고 억압했던 감정들을 다시금 사랑하고 포용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누구보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깨닫게 하며, 스스로 행복을 찾는 힘을 길러준다.
무채색으로 굳어 있던 삶에 다시금 다채로운 빛깔을 부여하고 싶다면, 이 영화가 당신에게 따뜻한 프리즘이 되어줄 것이다.
영화 <프리즘 오브 그레이 락>은 오는 17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