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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톱기사(우측)한국영화

지더라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싸움

영화 빨간 나라를 보았니 스틸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겁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이 말은 실천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나 투표 결과가 색깔별로 선명하게 갈리는 대한민국 정치 지형, 그중에서도 가장 견고한 성벽이라 불리는 경북 지역이라면 더욱 그렇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 <빨간 나라를 보았니>는 이 이질적인 공간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한 사람들의 2년을 담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투쟁의 기록이기보다,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소수 의견을 위한 안전한 토양에 관한 보고서에 가깝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소수 의견 존중은 기본 상식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들어주는 척하는 시늉에 그쳐온 것은 아닐까?

영화는 그 지점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임미애, 김현권 등 경북의 야권 후보들이 마주하는 실체는 거친 욕설보다 더 무서운 투명인간 취급과 침묵이다.

영화 속 카메라는 후보들이 시장 바닥에서 건네는 명함이 외면 당하는 순간을 묵묵히 응시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들의 정치적 승패가 아니다.

“이곳에서 내 의견을 말해도 나의 일상이 위협 받지 않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이다.

영화는 소수 의견 존중이란 단순히 발언권을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안전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심리적·사회적 토양을 구축하는 일임을 역설한다.

홍주현 감독은 과거 <인간극장>을 집필했던 작가 출신답게, 이 무거운 주제를 결코 경직된 어조로 풀어내지 않는다.

카메라가 향하는 곳은 화려한 유세 무대가 아니라, 동네 어르신과 나누는 따뜻한 국밥 한 그릇, 선거 운동복을 입고 묵묵히 길을 걷는 후보의 뒷모습이다.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웃과 서먹해졌던 이들이,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서로를 이웃으로 재발견하는 과정은 깊은 여운을 남긴다.

결국 소수가 안전할 수 있는 토양은 인간에 대한 예의와 유대감 위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영화는 증명한다.

제목인 ‘빨간 나라’는 겉보기에 단일한 색으로 뒤덮인 듯 보이지만, 그 안에는 분명 다양한 색깔을 품은 사람들이 숨 쉬고 있다.

영화는 그 10%, 혹은 20%의 소수들이 숨죽이지 않고 자기 색을 드러낼 때, 비로소 공동체가 획일화의 공포에서 벗어나 풍요로워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 영화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 위한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내 옆집에 사는, 나와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진 이웃을 어떤 눈으로 바라볼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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