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가 없어도 전달되는 순수한 메시지

매년 할로윈 시즌이면 극장가는 공포 영화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올해는 온 가족이 안심하고 웃으며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애니메이션 한 편이 관객을 찾는다.
애니메이션 <숀 더 쉽: 공포의 털보 괴물>이 바로 그것이다.
이야기는 할로윈을 앞둔 평화로운 모시 바텀 농장에서 시작된다.
정성껏 키운 호박으로 멋진 등(Jack-o’-lantern)을 만들 생각에 들떠 있던 숀과 친구들이지만, 농부 아저씨의 실수로 호박밭은 순식간에 쑥대밭이 되고 만다.
절망도 잠시, 아이디어 장인 숀은 특유의 기지를 발휘해 작은 씨앗을 거대 호박으로 키워낼 ‘비밀 성장 물약’을 개발한다.
그러나 농부 아저씨는 이를 머리카락을 자라게 하는 발모제로 착각해 머리에 바르고 만다.
이로 인해 농부 아저씨의 온몸에는 털이 폭발적으로 자라나고, 마을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은 정체불명의 ‘털보 괴물’이 탄생하면서 소동극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오늘날 극장용 애니메이션 다수가 매끈한 3D 컴퓨터 그래픽(CG)으로 제작되는 반면, 이 작품은 아티스트가 점토 인형을 직접 빚어 1초당 24프레임씩 미세하게 움직여 촬영하는 클레이 스톱모션(Stop-Motion) 방식을 고수했다.
호박의 정교한 질감부터 캐릭터들이 깜빡이는 눈꺼풀의 섬세한 움직임, 털보 괴물의 몽실몽실한 감촉까지 화면에 고스란히 담겼다.
디지털 영상이 줄 수 없는 특유의 따뜻함과 클래식한 매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하루 1~2초 분량을 완성하는 고된 수작업을 견뎌낸 장인정신이 81분의 상영 시간 내내 빛을 발한다.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단 한 줄도 없다는 점이다.
숀과 양들은 울음소리를 낼 뿐이고, 양치기 개 비처는 호루라기를 불며, 농부 아저씨는 웅얼거림으로 감정을 풍부하게 전달한다. 언어의 장벽이 없기에 메시지의 전달력은 오히려 강력하다.
슬랩스틱 코미디의 거장 찰리 채플린의 영화처럼, 오직 캐릭터의 풍부한 표정과 황당해하는 눈빛, 정교한 효과음만으로 서사를 완벽히 끌고 나간다. 전 연령대의 관객이 함께 웃고 감동받을 수 있는 이유이다.
으스스한 괴물 소동극의 외형을 취하고 있지만,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다정하다. 마을 사람들은 숲속에 나타난 괴물의 겉모습만 보고 겁에 질려 배척하려 하지만, 영화는 소동을 통해 잘 모르는 존재나 외모만 보고 지레 두려워하거나 단정 짓지 말자는 교훈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애니메이션 <숀 더 쉽: 공포의 털보 괴물>은 81분이라는 밀도 높은 상영 시간 동안 유머와 긴장감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웰메이드 작품이다.
자극적인 콘텐츠에 지친 관객이나 가족 단위 관객에게 더없이 적합한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점토 인형들이 선사하는 가장 순수하고 정직한 웃음이 있는 <숀 더 쉽: 공포의 털보 괴물>은 오는 28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