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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이라고 당당히 밝힌 그녀, 결국…

2014년 2월 2일, 도쿄 시부야역 앞에서 재일교포 3세 신숙옥이 고교시절 여성이어서, ‘조선인’이어서 받은 차별을 이야기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는 “꺼져라”라고 해도 여기가 자기 집이고, 고향이어서 여기 있을 수밖에 없다며 여기서 밥도 먹고, 사랑도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재일교포(자이니치) 3세인 그녀는 어릴 적 당당히 자기를 ‘조센징’이라고 밝혔다. 마치 영화 <담보>에서 승이(박소이 분)가 ‘담보’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모른 상황에서 뭔가 자기가 남들과 달리 특별한 느낌이 들어서 “와! 나 담보다!”라고 외치는 것처럼, ‘조센징’이 귀한 존재처럼 여겨져 자기 입으로 “나는 조센징이다!”라고 떠들고 다녔다.

때문에 며칠 후, 동네에서 숙옥의 형제들이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했고, 뒤늦게 자식들이 ‘조센징’ 소리를 듣는 걸 알게 된 숙옥의 엄마가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느냐!”며 노발대발했다고 한다. ‘조센징’이라고 떠들고 다닌 장본인인 숙옥은 그제야 조센징의 정확한 의미를 알게 됐다고 한다.

중학생 땐 담임으로부터 “넌 커서 불량배가 될 거야!”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조선인’이어서)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그는 상고에 갔지만, 취업이 힘들었다.

아는 연예기획사 프로듀서에게 “나는 처녀이니, 천만 엔에 사 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 돈이면 집의 빚을 갚을 수 있겠다 싶었다는 게 숙옥의 말이다.

숙옥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란 프로듀서가 숙옥을 모델 클럽에 소개해 줘, 모델로 활동하게 됐다.

그러던 중 일본이 여성차별금지조약을 비준하면서, 기업에서 여성 채용과 인권 교육이 활성화됐다.

숙옥은 기업에서 인권교육을 진행하며 잘나갔다. 그러다가 오키나와 미군기지 반대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부담스러운 기업들이 그녀를 부르지 않게 됐다.

게다가 한 TV 방송국에서 <뉴스 여자>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숙옥에 관해 유언비어를 퍼트리기 시작했다.

극우단체들은 “테러리스트들을 일본에서 몰아내자”라며 숙옥을 겨냥한 과격 행동과 집회를 열었다.

인터넷에선 그녀를 죽이겠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고, 대놓고 미행(미행을 가장한 위협)이 이어졌다. 이 때문에 숙옥은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일본이름은 있지만 그동안 신숙옥이라는 한국이름으로 살아온 그녀는 행여 가족에게 피해가 갈까 봐 30년 동안 가족과 거리두며 살았는데, 도저히 못 견디겠어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혼자 독일로 갔다.

그러자 숙옥의 엄마 집 주소가 인터넷에 공개됐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는 판단으로 2년간의 독일생활을 정리하고 일본으로 돌아와 해당 방송사를 상대로 본격적으로 소송을 벌였고, 결국 해당 방송사가 폐업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다큐멘터리 영화 <호루몽>은 일본의 인권운동가 신숙옥의 삶을 보여준다. 스스로를 ‘조선인’이라고 칭하는 숙옥은 자이니치라는 이유로 일본 내에서 차별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오키나와 미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을 하는 이유도 그녀가 ‘일본인’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여론을 몰고 간다.

그녀는 이러한 ‘해이트 스피치’(혐오 발언)에 대해 지난 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인이 자기들의 잘못에 관심을 갖지 않도록 조장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처음 다큐멘터리 제작 제안을 받고 하기 싫었지만, 그동안 일본 언론이 외면해 온 해이트 스피치에 대해 이일하 감독이 유일하게 관심을 보였고, <카운터스>를 통해 알려준 것이 고마워 거절하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결정한 것은 끝까지 가는 성격이라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힘든 세상을 만든 어른으로서 후배 세대들에게 “미안해”라고 말하고 싶다고 답했다.

재일교포 출신 인권운동가 신숙옥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호루몽>은 11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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