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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톱기사한국영화

우리는 과연 떳떳할까?

영화 카운터스 스틸컷

지난해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 영화 <카운터스>가 오는 15일 국내개봉을 확정짓고, 1일 기자시사회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일제강점기 때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일본으로 끌려간 ‘재일코리안'(영화에서는 재일교포나 재일한국인이라는 표현 대신 이렇게 부른다)들은 과거 일본에 입국한 기록이 없다.

이에 별도의 법을 만들어 이들을 관리하자, 왜 다른 외국인들과 달리 특별법을 만들어 특혜를 주느냐며 혐한(嫌韓) 시위를 하는 이른바 ‘해이트 스피치(hate speech)’가 곳곳에서 열린다.

이러한 데모에 맞서기 위해 트위터를 이용해 이른바 ‘카운터’를 모집하고, 이들은 해이트 스피치 현장을 찾아다니며 맞불을 놓는다.

하지만, 해이트 스피치는 엄연히 경찰의 집회신고를 한 것이고 이곳에 나타나 “그만하라”고 외치는 카운터들은 정당한 집회를 방해하는 꼴이 돼 경찰의 제지를 받는다.

심지어 카운터들이 늘어날수록 경찰은 “한국여자를 길에서 보면 강간하거나 돌을 던지라”는 극우 데모대를 보호해 주기 시작한다.

그러나 일본에도 양식(良識) 있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 변호사들은 카운터들을 경찰로 보호하기 위해 거리로 나서고, 언론인들도 기사를 통해 해이트 스피치의 주장을 싣지 않고, 오타쿠들은 일러스트레이션을 통해 이들에 맞서는 등 힘을 모은다.

그리고 한 참의원(우리의 국회의원)은 해이트 스피치 금지법 제정에 발 벗고 나선다.

모두가 힘을 합해서일까. 10년은 걸릴 줄 알았던 법 제정이 3년 4개월여 만에 이뤄졌다.

물론 이 작품을 만든 이일하 감독은 이 법이 강제성은 없는 이념적인 법이라고 허점을 지적하면서도, 그러나 이 법으로 인해 이제는 관공서들이 해이트 스피치 데모대에게 시설 대관을 거부하는 한편 경찰도 만약 이런 발언을 하면 즉시 그 자리에서 해산시키고, 카운터들을 보호하는 등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또 18년 동안 일본에 살면서 생활 속에서는 혐한에 대해 잘 못 느끼다가, 한인타운에 라면을 사러 갔는데 한국인을 죽이라는 등 해이트 스피치를 직접 들은 후 이 작품을 기획하게 됐다고 한다.

이 작품 속에서 카운터로 활동하는 사람 중 한 명인 다카하시는 야쿠자 출신 극우주의자이지만, 혐오 발언을 접한 후 이들을 저지하는 카운터로 활동하게 되었다.

결국 해이트 스피치를 일삼는 이들이 비단 극우이기 때문만은 아님을 잘 보여준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제주도에 입국한 난민들을 두고, 혐오 발언(hate speech)이 속출하고 있다.

난민을 하나같이 강간범이나 살인범으로 몰거나, 심지어는 난민이 왜 애플 워치를 차고 있느냐며 딴지를 건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도 아니고, 일본인들이 한국인에 대해 쏟아내는 막말과 혐오 발언에는 분개하고 싸워야 할 일이고, 우리가 난민들에게 그러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혹은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지.

국내 개봉 이후 일본에서도 개봉한다는데, 과연 그들이 이 영화를 본 후에 “너희는 해이트 스피치 안 했냐?”고 물으면 우리는 과연 떳떳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일이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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