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해서 더 가치 있는
매일의 평범한 하루가 쌓여 우리의 삶을 이룬다. 다큐멘터리 영화 <일과 날>은 특별한 것 없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삶의 본질과 노동의 가치를 묵묵히 들여다본다.
이 영화는 특정 사건이나 극적인 전개 없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홉 명의 인물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잔잔하지만 깊이 있게 담아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영화는 다양한 직업과 환경에 놓인 이들의 하루를 따라간다.
마네킹 공장 장인, 재활용장 노동자, 염전의 염전 종사자, 식당 사장, 프리랜서 PD, 육아맘, 양조장 청년, 사무직 여성, 그리고 전파사 노인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주어진 일을 하고, 다시 잠자리에 드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며 삶을 이어간다.
마네킹 공장 장인은 오랜 세월 고수해온 방식으로 마네킹을 완성하며 묵묵히 자기 기술을 지켜나간다.
고독하고 고된 길일지라도 그는 흔들림 없이 장인의 길을 걷는다.
재활용 공장 노동자의 하루는 끊임없이 밀려 드는 폐기물 속에서 쓸모 있는 것을 골라내는 고된 노동의 연속이다.
우리가 버린 것들 속에서 가치를 찾아내는 그의 땀방울은 노동의 신성함을 일깨운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일하는 염전의 염전 종사자는 고된 육체노동 속에서도 자연과 어우러진 여유로운 풍광을 선사한다.
소금이라는 귀한 자원을 다루는 가치 있는 일이지만, 그 과정은 절대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식당 사장은 날마다 치열한 자영업의 현실 속에서도 끊임없이 노력하며,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는다.
불안정한 수입과 불규칙한 생활에 지쳐가는 프리랜서 PD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향한 열정으로 고군분투한다.
한편, 아이와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 속에서도 육아맘은 일자리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다시 일을 시작하려 한다.
육아가 경력이 되지 못하는 현실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양조장 청년은 자신만의 술을 빚겠다는 꿈을 향해 나아간다.
현재의 어려움 속에서도 꿈을 가진 그의 열정은 더 나은 내일을 향한 희망을 엿보게 한다.
반복적인 업무 속에서도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가는 사무직 여성과, 사라져가는 동네 풍경 속에서 찬란했던 과거의 흔적을 떠올리게 하는 전파사 노인의 모습은 각자의 삶이 지닌 고유한 가치를 드러낸다.
<일과 날>은 이처럼 각기 다른 직업과 환경에 놓인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삶을 지탱하는 불안, 고독, 양심, 책임감, 그리고 소박한 의지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특별하지 않다고 여겼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서 관객들은 진정한 노동의 가치와 삶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소소한 일상이 모여 한 사람의 삶을 이루는 과정을 묵묵히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일과 날>은 오는 16일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멈춰 자신의 ‘일과 날’을 돌아보게 하는 깊은 울림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