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고 그런 조폭 영화가 아냐
1999년, 싸움만큼은 자신 있는 순태(조우진 분), 판호(박지환 분), 강표(정경호 분)는 각자 보스가 되길 꿈꾼다.
셋이 몰려다니며 수십 명의 상대 조직원들을 때려눕히며 부두파, 뉴월드파, 무역파까지 단숨에 접수한 후, 용두시까지 접수한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현재. 중국집 미미루를 운영 중인 순태는 ‘맛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리라’는 사명(社命)을 실천하기 위해 프렌차이즈화를 추진한다.
하지만, 조폭들이 몰려와 순태한테 깍듯이 인사하는 바람에 심사단이 그냥 간다.
초등생 딸 미미가 조폭 딸이란 이유로 학교에서 왕따 당한다는 얘기를 들은 순태가 씁쓸해한다.
미미한테 부끄러운 아빠가 되기 싫다며 보스(이성민 분)한테 사직서를 제출한다. 그렇게 순태는 조폭생활을 청한하고, 요리에 전념한다.
아니 그럴 수 있을 줄 알았다. 순태와 헤어진 보스가 곧이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갑작스러운 보스의 죽음으로 순태가 새 보스로 추대된다.
좋을 일도 아닌 게, 예전만 못해서 빚만 잔뜩이라 빚을 떠 안을 처지다.
이에 판호를 차기 보스로 밀지만, 판호의 신용상태가 안 좋아 절대 안 된다며 이사회에서 반대한다.
어떻게든 차기 보스가 되기 싫은 순태는 이사들을 설득해 투표로 정하기로 한다.
투표 전까지 순태는 자기를 찍지 말라고 로비에 나선다. 그나마 다행인 건 판호는 보스가 되길 꿈꾸니 어떻게든 판호를 밀기 위해 애쓴다.
그렇게 판호와 순태가 판호를 차기 보스로 밀기 위해 애쓰지만, 판세가 순태 쪽으로 기운다.
이에 순태는 아예 선거 당일 참석하지 않기 위해 감옥에 갈 계획을 세우지만, 그동안 미미루에 전념하며 착실하게 살아서인지 경찰이 가해자인 순태를 피해자라며 돌려보낸다.
게다가 투표에서도 압도적인 표 차이로 순태가 당선된다.
심지어 10년 만에 갓 출소한 강표조차 순태를 지지한다. 원래대로라면 10년 전, 강표가 차기 대표를 맡는 걸로 내정되어 있었는데도 말이다.
춤에 빠져 차기 보스 자리를 거부하는 강표를 어떻게든 보스로 만들기 위해 순태와 강표 엄마의 합동작전이 시작된다.
영화 <보스>는 이제 조폭생활 청산하고 좋아하는 일하면서 살고 싶어하는 순태와 강표가 어떻게든 차기 보스가 되지 않기 위해 애쓰는 내용으로, 기존 조폭 영화와 정반대의 결을 가진 영화다.
그런 까닭에 강표와 순태는 끝장전을 통해 진 사람이 차기 보스를 맡기로 하고, 서로 이기기 위해 죽기 살기로 싸운다.
심지어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조직을 살리기 위해 판호가 마약 유통을 하려 하자, 두 사람이 나서서 이를 저지한다.
보통의 조폭 영화에선 보스 자리를 두고 싸우고, 마약 유통은 물론 나쁜 일을 일삼는 것을 멋지게 포장한 조폭 영화와 정반대다.
이에 대해 라희찬 감독은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뻔한 조폭 영화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냐는 질문에 이야기나 콘셉트, 캐릭터가 가진 꿈 자체가 참신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야기가 복잡하지 않으면서 각 캐릭터의 꿈과 딜레마를 전달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극 중 위장 잠입 경찰 역을 맡은 이규형은 억지로 웃기려기보다 진지하게 연기할수록 나중에 더 재미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연기했다며, 나중에 약에 취한 모습이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해롱이를 떠올릴 정도로 코믹한 연기를 선보인 것이 극의 활력소가 된 듯하다고 말했다.
아무리 기존의 조폭 영화와 결이 다르다고 하지만, 조폭이 주인공이고, 마약이 등장하는 것이 추석 가족영화로 적합한지 묻자, 라 감독은 “조폭이 자기 꿈을 위해 회귀하는 이야기여서, 그런 면은 상쇄될 듯하다”고 답했다.
혹시라도 조폭을 동경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다른 꿈을 꾸길 바란다. 영화 <보스>는 내달 3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