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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기사(우측)한국영화

노인 문제 현실적으로 그려

영화 사람과 고기 스틸컷

폐지를 주워 근근이 먹고 사는 우식(장용 분)은 마트에서 고기 1팩을 집었다가 내려놓고, 500ml 우유 1개를 사서 키우는 고양이랑 나눠 먹는다.

다음 날 아침, 길거리에서 제법 큰 박스를 두고 같은 처지인 형준(박근형 분)과 몸싸움을 벌인다.

그러다가 좌판을 엎어 처음 보는 화진(예수정 분)한테 혼난다. 둘 다 흩어져서 동네를 돌ᄃᆞᆨ 다시 만난다.

그래도 3살 형이라고 형준이 먼저 사과하며 자기 집으로 데려간다.

폐지 줍는 처지에 단독주택에 혼자 살아서 물어보니, 아내는 유방암으로 죽었고, 큰아들은 브라질, 둘째 아들은 프랑스에 사는데, 딱히 아들들과 교류가 없는 까닭에 공과금이라도 내려면 돈이 필요해서 폐지를 줍는단다.

같이 밥을 먹다가 국은 없냐, 너 국 끓일 줄 아냐 서로 묻다가 소고기뭇국을 먹자고 의견을 모은다.

고기도 샀고(?), 무도 샀지만, 국을 끓일 줄 몰라 좌판에서 야채 파는 화진한테 만원을 주고 집에 와서 국을 끓여 달라고 부탁한다.

국 자체를 오랜만에 먹는 두 남자가 멍하니 있다가 셋이 사이좋게 나눠 먹는다.

따뜻을 밥을 나눠 먹은 세 사람은 종종 같이 밥 먹는 친구가 되기로 한다.

말 나온 김에 우식이 내일 저녁에 자기가 고기를 사주겠다고 한다.

오래간만에 식당에서 맛있게 고기를 구워 먹고 나니, 각자 화장실 가는 척, 담배 피우러 가는 척 도망가자고 한다.

다들 쫄리는 마음으로 말 그대로 ‘먹튀’에 성공한다.

가슴이 벌렁벌렁 거리기는 하지만, 맛있는 고기도 먹고, 재미도 있었기에 이후로도 같은 수법으로 고깃집을 돌며 포식한다. 심지어 수법이 진화하고, 원칙도 세운다.

그러던 어느 날, 영준의 친구 학선한테서 오랜만에 전화가 온다.

집에 가 보니,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워 굶어 죽을 거라며, 오늘 세상 뜰 것 같으니 옆에 있어 달라고 한다. 그렇게 학선이 세상을 떠났다.

이젠 맛있는 것 좀 먹자며 우식과 화진, 형준이 소고기를 먹던 중 우식이 쓰러져 병원에 간다.

우식이 암이라는 말에 (구운) 고기가 좋지 않으니 이제 그만 먹자고 하지만, 우식이 고기를 더 먹든지 안 먹든지 어차피 죽을 것 왜 신경 쓰냐며 이번엔 강남에 있는 큰 고깃집에 간다.

그러나 그동안 ‘먹튀’ 신고를 당한 까닭에 결국 이날 경찰에 잡혀 1인당 3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는다.

영화 <사람과 고기>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으로, ‘고기 먹튀’를 일삼는 세 명의 노인이 주인공이다.

꼭 돈이 없어서라기보다 먹고 튀면서 ‘가슴 뛰는 일’을 경험하는 게 좋아서, 세 사람은 계속 ‘먹튀’를 일삼는다.

사실 화진은 일찍이 사고로 딸과 사위를 먼저 보낸 후, 홀로 이제껏 손자를 키웠고, 형준은 과거 가정폭력을 일삼았던 탓에 외국에 사는 아들들과는 연락이 끊긴 채, 몇 년 전 사별하고 홀로 살고 있고, 등단 시인인 우식은 처자식 없이 폐지 주우며 단칸방에서 살고 있는 처지다.

영화이긴 하지만, 세 사람의 처지를 듣고 있노라면 가슴이 답답해지는데, 영화 속 그들 본인은 오죽할까?

그렇게 하루하루 무료(無聊)한 삶을 살던 세 사람이 걸리지 않기 위해 ‘혼신의 연기’까지 선보이며 식당을 빠져나와 냅다 뛰면서 재미를 느끼는데, 과연 이런 일이 아니면 재미를 못 느낀다니 우리 사회가 노인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구나 싶다.

특히 형준의 친구는 ‘먹고 죽을 돈’도 없어서, 그냥 굶어 죽기로 결심한다.

말이 굶어죽는 것이지, 한 끼만 굶어도 얼마나 배가 고픈데, 그 배고픔을 찾으면서 죽을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고통을 넘어 형벌이라 할 수 있다.

직업이 없어도, 소득이 없어도, 가족이 없어도, 적어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의식주는 해결이 되어야 진정한 복지국가일 텐데, 가장 돈이 안 드는 방법으로 죽기 위해 굶어 죽기를 택했다는 학선의 대사는 노인 빈곤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영화 <사람과 고기>는 내달 7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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