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말 한마디에 개가 된 CEO
성공한 CEO 로미(니콜 키드먼 분)가 남편(안토니오 반데라스 분)과 정사(情事)를 벌이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한다.
하지만 금방 끝나자, 서로 말로는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로미가 혼자 다른 방에 가서 아빠한테 당하는 딸이 나오는 포르노를 보면서 혼자 마무리한다.
출근길에 사나운 개가 로미한테 달려들자 젊은 남자가 단숨에 제압한다. 이에 로미가 남자를 눈여겨 본다.
잠시 후, 이번에 채용된 인턴들이 로미의 방을 찾아왔는데, 조금 전 길에서 본 그 남자가 거기에 있다.
그날 밤, 잠자리에서 베개로 얼굴을 가린 채 정사를 나누자고 하니, 남편이 거절한다. 결국 오늘도 그리 자극적이지 않은 평범한 잠자리가 되어 버렸다.
사내 파티에서 이번에 뽑힌 인턴 사무엘(해리스 디킨슨 분)의 넥타이를 우연히 주운 로미는 넥타이 냄새를 맡으며 혼자만의 상상에 빠진다.
결국 로미는 말로는 싫다면서도 사무엘의 말에 복종하면서, 남편과는 느껴보지 못한 쾌락을 맛보게 된다.
하지만, 사무엘이 상의도 없이 로미의 집에 찾아와 가족들을 만나자, 로미가 당황한다.
“가족은 내 전부”라며 로미가 다시는 이러지 말라고 사무엘한테 경고한다.
그동안 사무엘 말 한마디에 개처럼 네 발로 기어다니던 로미의 태도가 바뀌자, 사무엘이 혼란스러워한다.
한편, 이미 사무엘한테 길들여진 로미는 남편이 스킨십 하자 “당신이랑은 오르가슴을 느껴본 적이 없다”며 강하게 거부한다.
결국 로미는 사무엘이 시키는 건 다 하겠다고 충성 맹세를 한다. 그렇게 CEO와 인턴에서, 노예와 주인으로 권력관계가 뒤바뀐다.
사무엘은 로미를 아가(baby girl)라고 부르며 자신이 우위에 있음을 명확히한다.
영화 <베이비걸>은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와 결이 같으면서도, 이번엔 남성보다 여성이 사회적 지위가 더 높은 상황에서 남성이 주도권을 갖는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CEO라 늘 대접받는 삶이 익숙한 로미가 자기를 말 한마디로 제압하는 젊은 남자 인턴한테 점차 복종하게 되는 모습이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다.
그런 가운데 에스미(소피 와일드 분)가 로미한테 사무엘과의 관계를 안다며, 자기 몫(승진)을 챙겨달라고 협박하자, 로미가 남편한테 이름도 모르는 어떤 남자랑 딱 1번의 외도를 했다고 말한다.
로미가 그 이유를 설명했지만, 로미의 남편은 아내가 외간 남자랑 일탈했다는 것에만 꽂혀서 로미를 내치며 영화는 끝난다.
아직도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니콜 키드먼의 파격적인 연기가 화제가 되고 있는 <베이비걸>은 남자한테 당하는 걸 좋아하는 성적 판타지를 숨긴 채 살아가던 여성 CEO가 우연히 자기의 이런 판타지를 눈치챈 젊은 남성 인턴에게 복종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 초반 그가 본 포르노는 아동 포르노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남성에게 강압적으로 당하는 내용이라 흥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파격적인 내용을 니콜 키드먼이 연기했다는 사실에 팜스프링스국제영화제 국제스타상과 산타바바라국제영화제 버주오소스상을 수상하는가 하면, 타임지와 버라이어티, 할리우드리포터, BBC 등 해외 유명 매체들이 주목하기도 했다.
비록 극 중 로미의 남편은 로미의 성적 판타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녀를 내쳤으나, 지배와 복종에 관한 욕망을 지닌 이들을 그리 낯설지 않으면서도, 에로틱하게 그렸다는 점에서 이런 성향이 없는 관객들이 보기에도 불편하지 않은 게 이 영화의 강점이다.
니콜 키드먼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 <베이비걸>은 이달 29일 메가박스에서 단독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