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뉴밀레니엄을 지나 이제 막 21세기에 들어선 2001년.
못 미덥지만, 외삼촌 말만 믿고 목 좋은 상가를 찾아 대구 수성구로 이사 온 경환네 가족.
전학한 학교에서 새 담임(이동휘 분)이 경환(심현서 분)이한테 꿈을 물으니, 그냥 좋은 대학 가서 평범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쉬는 시간에 경환이 혼자 음악을 듣자, 짝꿍인 재민(현우석 분)이 경환이가 듣는 음악을 아는 척하면서 한쪽 이어폰을 자기 귀에 꽂는다.
하굣길에 재민이가 계속 경환이가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 아는 척하자, 같이 음악을 듣기 위해 경환이는 자기가 타야 하는 버스 대신 재민이랑 같은 버스를 탄다.
경환이 수시로 일본 음악만 듣는 걸 안 다른 친구들이 친일파냐, 오타쿠냐며 놀린다.
심지어 체육시간에 드리블 후, 골인 시키는 것도 제대로 못하자 친구들의 놀림감이 된다.
그런 경환이한테 재민이가 6학년 때 친구들이 괴롭혀서 덤볐더니, 자기가 이겼다며, 어깨 좀 펴고 다니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경환이한테 농구도 가르쳐 주고, 같이 학원 땡땡이도 치며 경환에게 다가간다.
좋아하는 만화도, 음악도 다른데 왜 나한테 잘 해주냐는 경환의 질문에 그는 “그냥 너라서”라고 답한다.
전학 후 첫 시험에서 경환이가 1등을 하자, 아이들도, 선생님도 경환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그동안 재민이한테 특훈을 받아서인지 이번엔 체육시간에 A+를 받자, 친구들이 모두 축하해 준다.
반면, 그동안 반에서 1등하던 재민이가 3등으로 성적이 하락하자, 아이들이 뒤에서 수근 거린다.
경환이가 재민이한테 과거에 자기도 왕따였다며, 그 이유를 얘기하자 부담스러운 마음에 재민이 경환을 멀리한다.
결국 방학 내내 재민과 만나지 못하고, 개학하자 아이들이 경환을 비웃기 시작한다. 재민이조차 토할 것 같다며, 앞으로 자기한테 말도 걸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렇게 경환이는 다시 왕따가 된다. 생물시간에 선생님이 “호모들이 에이즈의 주범”이라며, “이게 다 빨갱이들이 여자 맛을 못 봐서 이렇게 된 것”이라는 망언을 쏟아내자 경환이 이의를 제기한다.
하지만, 선생님한테 대드는 것이냐며 두들겨 맞고, 이 일로 같은 반 애들이 노골적으로 경환이를 괴롭힌다.
내막도 모르면서 엄마(공민정 분)가 왜 학교에 안 가냐며 경환이를 잡자, 경환이 울부짖으며 나한테 관심이냐 있냐고 묻는다.
결국 엄마 가게 상황도 안 좋아진 마당에 겸사겸사 다시 이사하기로 결정한다.
영화 <너와 나의 5분>은 2001년 대구를 배경으로, 남자를 좋아하는 남학생이 겪는 고충을 그린 작품이다.
공부는 잘하지만, 일본 음악을 좋아하고, 자기도 남자면서 남자를 좋아하는 경환이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해 결국 또다시 전학을 가기로 한다.
남편 없이 홀로 경환을 키우는 엄마는 경환이 학교에서 무슨 일을 겪는지, 성 정체성이 어떤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돈 벌기에 바쁘다.
그런 상황에서 경환이한테 잘해주는 친구가 생기자, 경환은 그에게 마음을 열고, 자기는 남자를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이때부터 경환이한테 시련이 닥쳐온다.
이에 대해 엄하늘 감독은 지난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대 초반에 과거 친했지만 연락이 끊긴 친구를 찾기 위해 싸이월드를 뒤져봐도 찾을 수 없어서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며, 10년 전에 쓴 시나리오를 현재 시점에 맞춰 수정했다고 말했다.
또 2001년을 배경으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때부터 본인이 일본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며, 돌이켜보면 그때 하리수가 데뷔, 한일 관계 악화 등 많은 일이 벌어져서 이 영화랑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표준어로 쓰려고 하니 못 쓰겠어서 대구 사투리로 대본을 썼다며, 배경이 대구가 된 까닭에 대해서도 공개했다.
재민 역을 맡은 현우석은 시나리오를 받고 재민이한테 공감이 됐다며, 어떤 마음으로 경환이를 대했는지 궁금해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 <너와 나의 5분>은 내달 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