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전문지 마이스타 입니다 기사 본문을 마우스로 드래그 후 스피커 아이콘을 누르면 음성으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Click to listen highlighted text! 연예전문지 마이스타 입니다 기사 본문을 마우스로 드래그 후 스피커 아이콘을 누르면 음성으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다큐멘터리톱기사(우측)한국영화

올림픽과 맞바꾼 가리왕산

다큐멘터리 영화 종이 울리는 순간 스틸컷

천연기념물 제204호 팔색조와 천연기념물 제328호 하늘다람쥐, 멸종위기 야생생물 긴꼬리딱새, 담비, 수달 등이 사는 가리왕사는 조선시대 ‘왕의 숲’으로 지정된 곳이다.

자연환경이 매우 우수해 우리나라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거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지금도 매년 주민들이 산신제를 올리며 가리왕산을 소중히 여긴다.

2010년과 2014년에 이어 3번째 도전만에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이 선정되자 정부에선 이번 동계올림픽을 통해 남북 화합을 도모하겠다고 들떴다. 강원도민들 역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부에서는 알파인 스키장 건설을 위해 1000년 넘은 가리왕산을 파괴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자연원시림 가리왕산의 나무 107,000그루가 잘려 나가게 됐다.

환경부는 올림픽 이후 산림복원을 위한 식생조사조차 하지 않아 결국 일부 주민들이 나섰다.

다행인 건 시민들의 강력한 항의로 알파인 스키장 2개가 아닌 1개만 짓기로 했다. 그래도 축구장 150개 분량의 산림이 훼손된다.

다른 생명의 도움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이 유전자 보호림인 가리왕산을 파괴했다. 단 3일간의 (알파인 스키) 경기를 위해서 말이다.

경기 후 원상복구를 약속했지만, 강원도가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산림청이 원상복구를 하겠다고 나서자 주민들이 케이블카 철거에 반대하며 저지에 나섰다.

결국 정부에서 케이블카 철거 대신 87억 원을 들여서 케이블카를 정비해 줬다.

최승준 정선군수는 당시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원상복구) 약속한 걸 꼭 지켜야 하냐며, 부모끼리 정혼(定婚)했다고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그러면서 등기부상 가리왕산 주인은 환경청이어도, 이곳에 살고 있는 정선군민의 산이니 국가의 뜻이 아닌 군민의 뜻대로 하는 게 옳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러나 가리왕산은 국유림이기 때문에 국민 모두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최승준 정선군수는 산림청에서 케이블카를 없애고 산림청 산하기관을 이전해 주겠다는 제안을 했지만, 일언지하(一言之下)에 거절했다고 자랑한다. 군민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게 그의 설명.

숙암리에 살던 주민들은 올림픽 때문에, 살던 곳에서 쫓겨난 데다 보상도 제대로 못 받았다며 울분을 토한다.

이런 상황에서 당초 기대했던 것처럼 북한과의 관계라도 좋아졌으면 다행인데, 이듬해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북한과 진전도 없었다.

올림픽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가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가리왕산 복원과 시설 유지비 지원 등에 전혀 관심이 없다.

다큐멘터리 영화 <종이 울리는 순간>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훼손된 ‘왕의 숲’ 가리왕산의 이야기를 통해 개발과 환경보호 사이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2026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이태리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 역시 환경파괴 없이 기존 시설 재활용을 통한 친환경 올림픽이 되겠다고 선언하고서 재활용하겠다던 기존 시설을 밤에 몰래 부수는 등 환경파괴가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영화는 찬반 양측의 이야기를 최대한 같은 무게로 다루면서도, 이젠 더 이상 올림픽처럼 규모가 큰 ‘글로벌 메가 이벤트’가 경제적 이익을 주지 않아 아예 올림픽 개최를 포기하는 도시도 많다고 소개한다.

이에 공동연출을 맡은 김주영 감독은 6일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양측의 의견을 통해 관객들이 객관적으로 판단해 달라며, 이 영화로 가리왕산이 다시 유전자 보호림으로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이런 국제적 경기를 치를 때 경기장을 추가 건설하지 말고 기존 경기장을 활용하는 게 좋다며, 만약 경기장이 더 필요하다면 다른 나라랑 공동 개최하면 된다며, 통신의 발달로 중계에 아무 지장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은 경기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울리기도 하지만,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울리기도 한다.

부디 이 영화로 단 며칠을 위해 환경파괴를 일삼는 게 옳은 일인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12일 개봉.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답글 남기기

Click to listen highlighted t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