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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영화톱기사(우측)

어쩌면 밝고, 씩씩하게 지낼지도…

영화 짝사랑 세계 스틸컷

흔히 유령이나 귀신이 나오는 영화는 무섭거나 분위기가 무겁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영화 <짝사랑 세계>는 그렇지 않다.

2시간 6분에 달하는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중반부로 넘어가기 전 이미 3명의 주인공 사쿠라(키요하라 카야 분), 유카(스기사키 하나 분), 미사키(히로세 스즈 분)가 이승을 떠나지 못한 귀신이라는 걸 밝힌다.

보통은 아니 왜 공연 도중 무대 위에 올라서 소리쳐도 다들 들은 척도 안 하는 걸까? 왜 사람들이 자꾸 세 사람을 툭 치면서 지나가는 걸까? 궁금해하다가 마지막에 ‘지금까지 이 사람들이 귀신이었다고?’하며 의문이 풀리는 것이 보통의 영화 문법인데, 이 영화는 초반에 관객이 ‘설마 귀신인가?’라고 추측하는 순간 ‘우리 귀신이다’라고 대놓고 알려준다.

그러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싶지만, 영화는 12년 전 불의의 사고로 불과 9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이들이 지금껏 서로 의지하며 밝게 이승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영화에선 귀신이 이승을 떠나지 못하면 원한을 품은 경우가 많고, 그래서 사람들에게 해코지하는데, 영화 속 세 사람(?)은 매일 일도 하고, 대학도 다니고, 버스에서 매일 보는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기도 하고, 때론 밤늦게 공원에서 농구도 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비록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만약 정말 저렇게 지낸다면, (유족이) 덜 슬프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밝게 지낸다.

그렇다고 이 영화에 ‘짠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에 세 친구를 잊지 않으려 애쓰는 텐마(요코하마 류세이 분)의 연주에 맞춰 어린이 합창단원들과 사쿠라, 유카, 미사키가 함께 노래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저리다.

어린아이들의 ‘천사의 노래’ 같은 음색에 과거 자기들이 세상을 떠났을 때 또래의 아이들과 한 무대에서 그것도 자기 친구 텐마의 연주에 맞춰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눈시울이 붉어진다.

우리 사회는 몇 번의 대참사를 통해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낸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백화점이 무너지고, 다리가 무너지고, 배가 침몰하고, 도로 위에서 압사당하는 일도 겪었다.

혹자는 놀러 가다가 죽은 걸 두고 요란이라고도 하지만, 그들이 왜 그곳에 있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고가 생겼을 때 국가가 어떻게 대처했는가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적 대참사로 가족을 잃은 이들은 아직도 아픔에서 헤어 나오고 있지 못하다.

이 영화는 여러 이유로 가족을 먼저 떠나보낸 이들에게 ‘우리 잘 지내고 있으니, 너무 슬퍼 말라’고 위로를 건넨다.

합창대회 후, 셋이 지내던 오래된 집이 철거되자, 셋은 또다른 집을 찾아 떠난다. 그러면서 이번엔 바다가 보이면 좋겠다, 호수는 어떠냐? 맛있는 오믈렛 만들어 달라 같은 말을 나누며 새로운 생활에 기대감을 드러내며 밝게 끝난다.

유족 입장에선 안타깝게 떠난 가족을 생각하며 가슴 아프겠지만, 어쩌면 먼저 떠난 이들은 우리 생각보다 더 밝고, 씩씩하게 지내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이 영화를 보며 위안을 얻길. 24일 메가박스 단독 개봉.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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