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치료차 사지로 갔지만…
2003년 개봉한 영화 <28일 후>는 영국의 한 실험실에서 침팬지들이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영국 전체가 죽음으로 물드는 내용이었고, 2007년 개봉한 영화 <28주 후>는 분노 바이러스로 영국이 초토화된 지 6개월 후, 다시 평온을 찾은 듯 보이지만 바이러스가 보이지 않는 위협을 해오는 내용이었다면, 오늘 개봉하는 영화 <28년 후>는 그로부터 28년이란 긴 시간이 흐르면서 완전히 바뀐 세상을 보여준다.
영국 본토와 떨어진 ‘홀리 아일랜드’에 갇혀 택배기사도, TV도, 휴대전화도 없이 문명 이전의 세상처럼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과 영국 본토에 ‘슬로우 로우’와 ‘알파’ 등 진화를 거듭한 감염자들이 등장한다.
홀리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스파이크(알피 윌리엄스 분)가 12살이란 어린 나이에 아빠인 제이미(애런 존슨 분)와 함께 본토에 가서 감염자 사냥을 하고 돌아온다.
죽을 고비를 넘기며 가까스로 돌아온 아빠가 마을 사람들 앞에서 스파이크의 영웅담을 장황하게 늘어놓자, 스파이크는 아빠가 거짓말쟁이처럼 느껴진다.
그 와중에 할아버지로부터 본토에 의사가 있다는 말을 듣고, 그동안 아빠가 거짓말 했구나 싶어 아픈 엄마(조디 코머 분)와 함께 단둘이 본토로 향한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엄마와 아직은 어린 소년이 좀비처럼 변해버린 감염자들과 맞서 싸우는 상황이 관객의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린다.
어찌어찌 그동안 홀리 아일랜드에서 쉬쉬하던 의사 켈슨(랄프 파인즈 분)을 만난 스파이크는 엄마를 치료해 줄 수 있는지 묻는다.
의료 장비 없이 문진과 촉진으로 그가 내린 결론은 ‘암’이었고, 생이 얼마 안 남았다고 말한다.
이에 아일라는 중대한 결심을 내리고, 켈슨 박사는 스파이크에게 ‘메멘토 아모리스’(사랑을 기억하라)라는 말을 남기고, 아일라와 둘이 숲속으로 들어간다.
이 영화는 단순한 좀비 영화가 아니다. 정확히는 ‘감염자’는 ‘좀비’와 다른 존재이며, 단지 좀비 떼의 공포에 초점을 둔 게 아니라,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종말 이후, 재건된 세상을 리얼하게 보여주기 위해 거추장스러운 큰 영화용 카메라가 아닌 아이폰 15 프로 맥스 20대를 이용해 폐허가 된 공간을 화면에 담았다고 한다.
이를 위해 아이폰에 DSLR용 렌즈 어댑터를 결합하는 등 첨단 장비를 여러 가지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니 보일 감독은 관객들이 극장에 앉아, “나도 이 세계의 일부가 되었다”고 말해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28년 후>는 오늘(19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