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푸틴이 학생들에게 저지른 만행
제17회 DMZ국제다큐영화제가 11일 저녁,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개막했다.
개막작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후, 러시아에서 자행된 ‘애국 교육’의 참상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푸틴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이 선정됐다.

우랄산맥에 있는 인구 1만 명의 작은 마을 카라바시에서 교사로 일하는 파벨 탈란킨은 2022년 2월 푸틴이 전쟁을 선포하면서, 각 학교에 매일 다른 내용으로 ‘애국 교육’을 하고 이를 영상으로 제출하라는 명령을 하달받는다.
평소 학교에서 행사 기획과 홍보 영상 촬영을 담당하던 그는 익숙하지 않은 단어 때문에 버벅이는 교사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데, 보수 우익 역사 교사만 아주 신이 나서 전쟁의 타당성을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제자들이 전쟁터에 끌려가는 상황에서 과연 이게 옳은 일인지 고민하는 그에게 학교 사서로 일하는 그의 엄마는 애국 교육은 물론, 아이들이 참전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이에 그는 대체 지금 러시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기 위해 촬영 담당 교사라는 자기의 역할을 십분 활용해 다큐멘터리 제작에 나선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는 학교 창문에 승리를 의미하는 Z자를,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는 의미의 X자로 고친다.
(세뇌로) 대다수 주민이 푸틴을 지지하는 상황인 데다, 워낙 작은 마을이라 그의 이러한 행동은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돕는 미국 출신의 덴마크 다큐멘터리 감독 데이비드 보렌스타인의 도움으로 국경을 넘는다.
그리고 그의 목숨을 건 노력 덕분에 이번 <제17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아시아 최초로 상영할 수 있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작품은 여럿 공개되었지만, 푸틴의 선전포고 이후 러시아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기에 이 영화의 의미가 크다 하겠다.
죽지 않고 한국에 온 파벨 탈란킨 감독은 상영 직전 “전쟁과 폭력이 없는 하루를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탈란킨 감독과 접촉해 같이 영화를 완성한 보렌스타인 감독은 “이 영화로 누구도 곤란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제는 17일까지 고양과 파주, 김포, 포천, 성남, 화성에서 열리며, <푸틴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은 13일과 15일에 상영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