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은 타이밍이다!

영화 <하나, 둘, 셋 러브> 촬영장에서 류현경과 김충길이 따로 나란히 앉는다.
충길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한데, 자기 나이(36살)를 얘기하면서 최근 독립도 했고, 누나를 이렇게 만나게 될 줄 몰랐다며 빙빙 둘러 말하다가 갑자기 “누나가 예쁘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 그는 계속 고백할 것 같은 분위기를 이어간다. 한참 어린 동생이 마냥 귀여운 류현경은 계속 웃음으로 무마하려 한다.
충길이 “누나한테 마음이…”이라고 말을 꺼내는 순간, 우리 사이가 불편해질 수 있다며 류현경이 정색한다.
결국 현경이 “불편하다”며 충길을 먼저 보내고, 두 사람 사이에 냉기가 흐르자 다른 배우들이 “고백했냐?”며 충길을 놀린다.
이 모습을 본 현경은 충길이 자기한테 고백했다고 동네방네 소문내는 줄 알고 그에게 화낸다.
영화 <하나, 둘, 셋 러브> 촬영장에서 시작되는 영화 <고백하지마>는 페이크 다큐처럼 느껴지는 극영화다.
1명을 제외하고 배우들이 모두 자기 이름으로 그대로 출연해, 연기인지 실제인지 모를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인다.
게다가 영화 <하나, 둘, 셋 러브>는 이 영화를 위해 만든 영화가 아니라, 실제 2024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된 적 있는 실재(實在)하는 영화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그 영화에 출연한 것도 진짜다. 대학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했지만, 배우가 된 류현경이 그동안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차에 영화 <하나, 둘, 셋 러브> 촬영을 마치고 우리끼리 또 다른 영화를 만들어 보자며 무작정 카메라를 켰다.
대본도 없이 김충길이 갑자기 류현경한테 ‘고백 공격’을 했고, 이 상황이 황당하면서도 재미있는 류현경이 이걸 살려서 영화를 만들어보자며 뒷이야기를 만들어갔다고 한다.
영화의 전반부는 뜬금없는 충길의 고백에 어쩔 줄 모르는 현경의 반응이 코믹하게 그려지고, 후반부엔 부산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진지하게 그려진다.
옴니버스 영화는 아니지만 마치 앞, 뒤의 이야기가 따로 노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류현경이 주연과 연출뿐 아니라, 배급사 ‘류네’를 만들어 직접 영화의 배급까지 맡았다. 이와 관련해 류현경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배급사 관계자들이 개봉을 만류했지만,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작은 상영관에서 개봉해 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해 1인 배급사를 차렸다며, 요즘 하루 반나절은 독립영화관과 이메일로 소통하느라 바쁘다고 밝혔다.
그는 29년차 배우라는 강점을 살려 관객과의 대화(GV)에 배우 고아성, 박정민, 공명, 염혜란, 문소리, 가수 이적, 정인, 장항준 · 김준한 감독, 문성경 프로그래머, 장원석 대표(비에이엔터테인먼트), 정지혜 영화평론가, 유튜버 곽튜브 등을 섭외해 관객의 발걸음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백도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하는 영화 <고백하지마>는 17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