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나는 착한 영화

2016년 세계 태권도 선수권 대회에 나갈 선수 선발을 위한 경기가 열린다.
경기 도중 김수열(손태양 분)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최희찬(김동한 분)이 부상을 당하고, 결국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다.
시간이 흘러 2024년, 같은 걸그룹 멤버 수영을 만나러 간 은채(조수민 분)가 자기 애인인 수열과 바람피우는 걸 목격하고 난동을 부린다.
이 일이 기사화가 되고, 은채는 경찰 조사까지 받게 된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은채는 오래 전 인연이 끊긴 아빠가 6개월 전에 죽은 걸 알게 된다.
아빠의 유산 정리를 위해 은채가 고향에 간다. 아빠가 운영하던 태권도장 건물을 상속받은 은채는 몇 가지 일을 더 처리할 게 남아서 일단 아빠 집으로 간다.
은채가 건물을 팔겠다고 하자, 희찬이가 반대한다. 이에 은채는 아빠가 널 태권도 선수로 키우겠다며 나랑 엄마를 돌보지도 않았다며, 그래서 꼭 팔겠다고 선언한다.
스포츠 기업의 오너 아들이기도 한 수열이 은채 아빠의 건물을 사겠다며 찾아오자, 은채가 너한테는 안 판다며 내쫓는다.
수열은 굴하지 않고, 은채한테 너희 태권도장 사람들이 우리 회사에서 주최하는 경기에 출전해 우승하면 은채의 방송 복귀를 돕고, 지면 자기한테 건물을 팔라고 제안한다.
방송 복귀라는 말에 솔깃한 은채는 오합지졸 같은 수강생들을 설득해 대회에 출전한다.
출전 인원을 채우기 위해 은채랑 은채 매니저(김강현 분)까지 출전하고, 얼마 전 사고를 친 가수가 자숙 기간에 공식적으로 태권도 대회에 출전했다는 이유로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가볍게 예선을 통과하지만, 어차피 은재를 출전시켜 언론의 관심을 이끌어 내려던 게 목적이던 수열이 중간에 장난을 쳐서 다음 경기 출전이 막힌다.
이런 상황에서 수영과 수열의 자작극으로 은채가 피해 봤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여론이 돌아선다.
이에 한 방송사가 은채의 컴백 단독 무대를 제안하지만, 녹화일과 경기 날짜가 겹친다.
영화 <리플레이>는 각자의 사정을 지닌 이들이 다시 시작하려는 상황을 그린 작품이다.
애인이 바람을 피웠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가해자가 된 걸그룹 멤버가 얼마 전 고인이 된 아빠의 재산 처분을 위해 고향에 내려왔다가, 그동안 아빠에 대해 오해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 과정에서 오합지졸처럼 보이는 수강생들이 각자의 사정을 가지고 있고, 그런 그들에게 은채의 아빠가 손을 내밀었다는 게 밝혀진다.
영화를 연출한 황경성 감독은 지난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본인은 성선설(性善說)을 믿는다며, 따뜻하면서 귀여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런지 희찬이 투병 중인 걸 알면서도 본인의 우승을 위해 일부러 희찬의 약점을 공격하는 김수열 외에 이 영화에 딱히 악역이 나오지 않는다.
글로벌 OTT가 연이어 소위 도파민 폭발하는 극악무도한 범죄물을 선보이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이 영화는 우리의 심신을 안정시키는 잔잔한 영화다.
보이그룹 위아이 멤버이자 합기도 선수 출신인 김동한이 극 중 태권도 선수를 맡아 눈길을 끄는 영화 <리플레이>는 내달 6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