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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을 벼랑 끝으로 내몬 집행관

영화 콘티넨탈 ’25 스틸컷

한 노인이 투덜대면서 산에서 폐품을 줍는다. 그가 가는 길마다 조악한 공룡 인형(정말 인형 수준이다)이 움직이며 소리를 내는데, 관객도 노인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폐품을 팔아서 겨우 바게트 하나 먹은 게 다인 그가 노상(路上) 카페 손님들한테 혹시 사람 쓸 일 없는지 물으면서 없다고 하면 5레우(한화 약 1,700원)만 빌려달라고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참 안 됐는데, 공원 쓰레기통에 오줌을 갈기고, 선의를 베푼 사람 앞에서는 고맙다고 하고 뒤에선 “고맙긴 개뿔”이라고 하고, 가만히 있는 로봇개를 발로 차는 등 그의 행동을 보면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사라진다.

법원 집행관 오르솔리아(에스테르 톰파 분)가 헌병(憲兵)을 대동하고 찾아오자, 이온이 버티다가 문을 연다.

쉼터에 데려다 주겠다는 오르솔리아의 제안에 쉼터는 싫다며 거부한다.

빈 보일러실에 몰래 숨어 살던 그가 짐을 뺄 테니까 20분만 시간을 달라며 사람들을 일단 내보낸다.

사람들이 나가자, 이온이 난방기에 줄을 감고, 그 줄을 자기 목에도 감는다.

그는 발칸대회에서 1위도 한 적이 있는 엘리트 선수였는데 다쳐서 운동을 그만둔 후에 술에 빠져 살다가 노숙자가 됐다.

그리고 이젠 몸 누일 곳도 없어질 형편이 돼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뒤늦게 이온이 죽은 걸 안 집행관과 헌병들이 심폐소생술을 해보지만 이미 늦었다.

어쨌든 이온이 보일러실을 비웠으니 건물주는 기존 건물을 허물고 부티크 호텔을 지을 예정이다.

한편, 법원 집행관은 자기가 좀 더 이온을 보살피고, 도와줬으면 이런 일이 안 생겼을까 싶어 괴로워한다.

집행관은 자기가 건축업자 배불리는 일이나 도와주고 있다며 자괴감을 토로한다.

언론에서는 헝가리계 집행관이 루마니아 선수를 죽게 했다며, 오르솔리아를 비난한다.

오르솔리아는 평소와 달리 그냥 아무렇지 않은 척 할 수 없는 탓에 이번 휴가에 남편과 아이들만 다녀오라고 한다.

가족들이 휴가를 떠나자 평소처럼 출근한다. 동료들이 집행 현장에서 아주 애를 먹었다며 심각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 걸 보고 자기처럼 경찰 말고 헌병을 데리고 가라고 조언한다.

사무실에 앉아 일을 하려는데 난방기를 보자 그날 일이 떠올라 일을 할 수가 없다.

공원에서 친구를 만나 하소연하니, 자기 집 근처에도 노숙자가 있었는데 그를 볼 때마다 괴로웠는데 로마인 가족 후원을 하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는 답이 돌아온다.

친구에게 나도 동참하겠다며 얼마의 후원금을 건넸는데 그래도 마음이 무거운 오르솔리아가 정교회(正敎會) 신부를 만나 괴로운 마음을 털어놓는다.

법적으로는 자기 잘못이 아니지만, 취약계층을 보살피지 못한 죄책감이 크다고 말한다.

이에 신부는 절망도 죄라며, 설령 죄를 지었다고 하더라도 죄를 키우지 말라고 한다.

영화 <콘티넨탈 ’25>는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각본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하다.

아이폰을 이용해 10일 동안 찍은 이 영화는 따로 조명이나 그립 장비도 없이 찍었다. 가난이 주제인데 수백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서 영화를 찍는 건 아니라는 생각에서였다고 한다.

덕분에 최소한의 자원으로도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는 부상으로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진 엘리트 선수가 노숙인으로 전락하고, 오갈 곳 없는 노숙인을 한겨울에 거리로 내몰아야 하는 법원 집행관의 이야기를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물론 본인의 일을 한 것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최대한 노숙인을 신사적으로 대하긴 했으나, 결국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삶의 끝으로 내몬 법원 집행관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관객도 생각이 많아진다.

사회안전망의 중요성을 느끼게 하는 영화 <콘티넨탈 ’25>는 19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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