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대하는 여러 자세
지난해 열린 제70회 칸영화제에서 뒤늦게 추가로 초청됐음에도 불구하고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영화계를 놀라게 된 영화 <더 스퀘어>가 19일 오후 2시 용산 CGV에서 기자시사회를 개최했다.
스톡홀름의 현대미술관 X-로얄 수석 큐레이터 크리스티안(클리에스 방 분)이 ‘더 스퀘어’라는 전시를 앞두고 겪게 되는 일상을 그린 작품이다.
2015년 스웨덴 반달로룸디자인미술관에 설치된 정사격형의 ‘더 스퀘어'(이 안에서는 모두가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는 전제가 깔려있다)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로 만들었다고 한다.
2시간 3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은 솔직히 지루한 감이 없지 않은 작품이지만, 이 영화에서 몇 가지 눈여겨 볼 점이 있다.
첫째는, 유명한 작가를 초청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틱장애 남성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창녀, 젖가슴을 보여줘, 쓰레기 같은 모욕적인 말을 수시로 하자 진행자가 당장 나가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객석에 있던 한 관객이 이 사람이 정신적 문제로 인해 의지와 무관하게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니 이해해 주자고 말한다는 점이다.
장애를 인정하고, 어떻게든 서로 어울려 살아가려는 마음가짐이 역시 우리나라와는 다르구나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다음으로 눈여겨 볼 부분은 주인공 크리스티안이 소매치기를 당해 지갑과 휴대전화를 잃어버리자 위치추적을 통해 특정 아파트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집집마다 ‘네가 범인인 것 다 아니까 얼른 돌려달라’는 협박 편지를 넣고 다닌다.
결국, 분실물을 찾기는 했으나 의도치 않게 전혀 소매치기와 무관한 어린 소년이 부모에게 억울하게 오해를 사게 돼, 크리스티안을 찾아와 해코지 하는 장면이다.
크리스티안은 소년의 끈질긴 사과 요구에, 자신의 물건을 찾기 위해 특정 아파트 주민에 대한 선입견으로 그곳에 사는 모든 사람들을 범죄자 취급한 사실을 진심으로 뉘우친다.
우리는 가끔 사는 곳을 통해 사회적 지위를 가늠하려고 한다. 강남에 사는지, 강북에 사는지 혹은 아파트인지 빌라인지, 신도시인지 판자촌인지, 한강이 보이는 곳인지 등등 그 사람이 사는 집 자체를 보고 섣불리 그 사람을 판단하려고 한다.
타워팰리스에 살아도 대출받아 겨우 겨우 월세를 내면서 살 수도 있고, 강북에 있는 다 쓰러져 가는 아파트에 살아도 수 백 억원의 자산가일 수도 있지만 단지 주소만 보고 사람을 재단한다.
끝으로 파티장에 나타나 원숭이 흉내를 내면서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다가 급기야 폭력을 행사하고, 여성을 강간하려 하는 행위예술가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가 눈여겨 볼만하다.
처음에는 재미있게 보다가, 조금 지나치다 싶어 분위기가 싸해진 상황에서 폭력을 행사할 때 사람들이 쥐 죽은 듯 조용해지다가, 급기야 여성 참가자를 겁탈하려고 하자 이는 약자에 대한 폭력이자 인권의 문제라고 판단해 남성 참가자 한 둘이 그를 제지하고, 급기야 십 수 명의 참가자들이 그를 때려죽인다.
이 대목에서 자기에게 해가 될까 싶어 남이 적당히 봉변을 당할 때는 외면하던 이들도, 사회적 약자가 짓밟힐 때는 대중이 봉기(蜂起)해 폭력에 대항하고, 더 나아가 폭력의 가해자를 죽이기까지 한다는 점이다.
참고로 미술관이 주최한 파티장에 원숭이로 분해 나타난 행위예술가 역을 맡은 테리 노터리는 <혹성탈출> 시리즈와 <콩: 스컬 아일랜드> 등에 출연한 할리우드 최고의 모션 캡쳐 연기의 1인자라는 사실.
덧붙여 주인공 크리스티안이 극중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은 ‘진짜 기자’가 절반 이상 자리한 가운데, 감독의 요구로 난처한 질문을 해 혼쭐이 났다는 후문이다.
영화 <더 스퀘어>는 다음 달 2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