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현실, 돈의 양면성을 그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가 오는 16일, 2005년 국내 첫 개봉 이후 20년 만에 다시 극장가를 찾는다.
<러브레터>로 한국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이와이 슌지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로, 전작과는 사뭇 다른 거칠면서도 몽환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의 배경은 엔화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전 세계 이민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골드러시’처럼 몰려들어 형성된 가상의 도시, ‘엔타운(Yen Town)’이다.
이곳은 ‘엔’을 얻고 차지하려는 사람들의 욕망으로 가득하며, 일본인들은 이들을 ‘엔도(円盜, 돈을 훔치는 도둑)’ 또는 ‘엔타운들’이라 부르며 경멸하고 차별한다.
엔타운 사람들은 고향으로 돌아가 부자가 되는 꿈을 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들에게 주어진 삶은 밑바닥에 머물 뿐이다.
이야기는 엔타운에 사는 한 소녀로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엄마의 죽음 앞에서도 장례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엄마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만 국가에서 장례를 대신 치러줄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미성년자인 소녀를 돌봐줄 사람은 아무도 없고, 오히려 엄마가 감춰뒀던 돈을 이웃들이 찾아 나누고 소녀를 팔아버리기까지 한다.
그렇게 팔려 간 소녀는 엔타운에서 매춘하며 살아가는 그리코를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소녀를 팔아버리려던 그리코는 마음을 바꿔 소녀를 거두고, 자신과 같은 비극적인 길을 걷지 않도록 지켜주려 한다.
그리고 그때까지 이름이 없던 소녀에게 ‘아게하( 호랑나비)’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리코의 손님인 마피아 스도가 아게하를 겁탈하려 하고, 이를 막는 과정에서 스도가 우발적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코와 친구들은 스도를 암매장하던 중 그의 위 속에서 카세트테이프를 발견한다.
이 테이프 안에는 위조지폐를 만들 수 있는 데이터가 들어있었고, 그들은 이 데이터를 이용해 거액의 돈을 벌게 된다.
예상치 못했던 큰돈을 손에 쥐게 된 이들은 각자의 꿈을 향해 나아간다.
누군가는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그리코에게 마음이 있었던 페이홍은 그 돈으로 그리코가 노래할 수 있는 클럽을 만든다.
그리코는 그곳에서 엔타운 밴드라는 그룹을 결성하고, 그녀의 노래는 엔타운 사람들에게 해방의 상징이 되며 보컬로 큰 인기를 얻는다.
그녀의 성공에 레코드사에서 관심을 보이지만, 메이저 데뷔시키려는 레코드사는 그리코의 과거와 연관된 페이홍이 방해가 된다고 판단하여 그를 불법체류자로 신고한다.
결국 페이홍은 그리코를 놓아주고, 클럽도 문을 닫게 된다.
그리코는 메이저에 데뷔해 승승장구하며 성공의 가도를 달린다.
이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아게하는 그리코의 가슴에 새겨져 있던 나비 문신을 자기 가슴에도 새기며 강인하게 성장한다.
하지만 그들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위조지폐 데이터가 든 카세트테이프를 찾기 위해 마피아 조직이 끝까지 그들을 추적하면서, 이들의 삶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게 됩니다.
영화의 제목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는 말 그대로 제비 꼬리 모양의 날개를 가진 호랑나비를 지칭한다.
주인공 소녀의 이름이자, 그녀가 애벌레에서 번데기를 거쳐 아름답고 자유로운 나비가 되기까지 성장하는 모습, 그리고 훨훨 날고 싶은 꿈과 자유를 상징한다.
그리코의 가슴에도 나비 문신이 있다. 비록 엔타운에서 매춘을 하며 살아가지만, 그녀의 마음속엔 언제나 꿈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고, 성공의 가도를 달리더라도 결국 과거에서, 그리고 비정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영화는 냉혹한 현실에서 꿈을 좇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며, 그 과정에서 소중한 가치들을 잃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무엇이 진정 소중한 가치인지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돈’이다. 엔화의 가치 상승에 따라 몰려든 이민자들은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모였고, 그들에게 돈은 희망이자 유일한 기회였다.
일본어조차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이들은 중국어, 영어, 일본어를 혼용하며 소통하고, ‘엔 도둑’이라 불리며 외면당하고 차별받는 환경에서 오직 돈을 통해 살아남으려 한다.
위조지폐로 큰돈을 손에 쥐면서 비로소 꿈을 꿀 기회를 얻지만, 결국 돈 때문에 배신하고 소중한 것들을 잃게 된다.
영화는 이처럼 돈의 양면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돈에 수반되는 욕망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돈은 수단일 뿐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며,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음을 알려준다.
20년 만에 다시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독특한 영상미와 섬세한 연출을 대형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수많은 영화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많은 영화인에게 영감을 주었던 이 작품은 시간이 흘렀어도 여전히 우리에게 큰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