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 딛고 피어난 ‘아시아인의 도전’
성장 서사만큼 관객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는 소재는 드물다. 영화 <그랑 메종 파리>는 독단적인 천재 셰프 오바나 나츠키(기무라 타쿠야 분)가 미식의 본고장 파리에서 미슐랭 3스타를 향한 여정을 그리며 그 감동을 극대화한다.
영화는 일본 드라마 <그랑 메종 도쿄>의 연장선으로, 도쿄에서 미슐랭 3스타를 받았던 오바나가 파리라는 새로운 격전지에서 다시 바닥부터 도전하는 과정을 담았다.
드라마를 시청했던 이들에게는 반가운 얼굴들이 출연해 감동을 이어가고, 영화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도 독립적인 작품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이점을 갖는다.
특히, 아시아인 최초로 파리 미슐랭 3스타를 획득한 ‘레스토랑 KEI’의 코바야시 케이 셰프가 요리 연출 감수를 맡아 작품의 사실성과 완성도를 높였다.
오바나의 두 번째 도전은 만만치 않다. 일본인, 더 나아가 동양인 셰프가 발도 붙이기 힘든 파리에서 그는 미슐랭 2스타를 받았지만, 3스타의 벽은 높기만 했다.
질 좋은 식재료는 아시아인 셰프에게 쉽게 허락되지 않았고, 언어와 문화의 장벽 또한 그의 발목을 잡았다.
오랜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파리 미식계는 이방인에게 마음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 뛰어난 실력과 열정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현실적인 편견과 차가운 시선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단순히 실력으로 이 벽을 넘지 않는다. 오바나가 자신의 인간적인 면모를 통해 현지인들의 마음을 얻고 관계를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영화는 한국 배우 옥택연이 새로운 캐릭터로 합류하며 더욱 풍성해진다. 옥택연은 디저트 연구에 실패해 빚에 쫓기는 파티시에 ‘릭 유안’ 역을 맡았다.
그 또한 파리에서 참담한 실패를 맛본 인물로, ‘그랑 메종 파리’에 합류하며 오바나와 함께 미슐랭 3스타에 재도전한다.
이 만남을 통해 영화는 단순히 일본인 셰프의 도전기가 아닌, 아시아인의 미슐랭 도전기로 그 범위를 확장한다.
극 중 한국어, 일본어, 불어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다국적 이미지를 형성하는 점도 흥미롭다.
영화의 또 다른 핵심축은 ‘팀워크’다. 독단적이었던 오바나 셰프가 동료들과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시너지를 발휘하는 모습은,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라도 함께하는 동료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실패를 거듭하며 열정과 노력, 끈기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관객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미식의 본고장 파리에서 아시아인의 미슐랭 도전기를 담은 영화 <그랑 메종 파리>는 오는 27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