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에 대해 생각할 기회 줘
한 남자가 임신한 아내와 어린 딸을 차에 태우고 어두운 밤, 길을 간다. 딸이 자꾸 음악을 크게 틀어달라며 정신 사납게 굴어서일까? 결국 개를 차로 친다.
차를 고치러 인근 정비소에 가고, 남자의 의족에서 삐그덕 소리가 나자 정비소 직원 한 명이 안절부절 못한다.
그는 남자가 과거 자기를 고문했던 조사관이 맞다고 확신에 차, 그를 납치한다.
그런데 문제는 남자가 백 번, 천 번 계속 사람 잘못 봤다며 부인한다. 그러자 납치한 정비공도 헷갈리기 시작한다.
분명히 맞는 것 같은데, 이렇게 완강히 아니라고 하니까 진짜 아닌가 싶어서 사적 복수를 감행하기 뭣하다.
그래서 과거 노동운동을 하다가 같이 고문당한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남자를 보여주면서 이 사람이 그때 자기들을 고문한 놈이 맞는지 묻는다.
행여 우리 얼굴을 보면 헤코지 할까 봐 얼굴을 가려놓은 까닭에 다들 긴가민가한다. 아니 사실 얼굴을 봐도 세월이 흘러서 잘 모르긴 마찬가지다.
단지 의족을 했다는 것과 의족에서 소리가 난다는 게 공통점인데, 그것만 가지고 이 남자를 생매장하려니 애매해서 다들 머뭇 거린다.
납치한 입장에선 분명히 맞는 것 같은데, 다들 긴가민가하고, 본인도 아니라고 하니, 사실 본인도 100% 확신에 차서 당장 죽이기엔 망설여진다.
영화 <그저 사고였을 뿐>은 과거 고문을 당한 피해자가 세월이 흘러 우연히 가해자를 만나 복수심에 불타지만, 그렇다고 선뜻 복수하지 못하는 복잡한 심정을 그린 작품이다.
생각해 보면, 가해자가 맞다손 치더라도 그도 사실은 국가의 명에 따라 시키는대로 일한 것일 텐데 그에게 사적 복수를 하는 게 과연 정의로운 일일까?
가해자 역시 원치 않는 일을 국가로부터 강요당한 피해자는 아닐까?
그렇다고 국가폭력의 피해자들한테 “그건 그저 사고였을 뿐”이라며 그냥 잊고 현재에 충실하라고 말하기엔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영화는 이러한 지점에 대해 우리한테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내달 1일 개봉.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