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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기사(우측)한국영화

난임 부부의 절망스러운 불면

영화 통잠 스틸컷

절망은 언제나 일상의 가장 깊은 곳에서 시작된다. 김솔해·이도진 감독의 독립 장편 영화 <통잠>은 수년 간 이어진 난임 시술 끝에 영혼까지 소진된 부부의 초상을 현실적인 앵글로 포착하며 관객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 영화는 단순한 난임 소재의 드라마를 넘어, 인간이 끝없이 열망하고 집착하는 대상 앞에서 어떻게 무너지고 고립되는지 보여준다.

영화는 주인공 지연(김시은 분)과 도진(이도진 분) 부부가 여러 번의 시험관 시술 끝에 얻은 아이를 유산하면서 시작한다.

반복되는 좌절은 부부의 관계를 서서히 잠식한다. 남편 도진은 아내의 고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이제, 그만 멈추자”며 현실을 직시하려 한다.

하지만 아내 지연의 열망은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남편이 포기를 이야기할수록 그녀는 “왜 나는 엄마가 될 수 없는가”라는 절규와 함께 아이에 대한 집착의 수위가 높아진다. 약국에서 임신부의 처방전을 구걸하는 등 극단적인 방식으로 임신을 시도하는 지연의 모습은 절박함이 낳은 광기를 드러낸다.

영화 <통잠>은 격정적인 사건보다는 침묵과 공허함 속에서 부부의 갈등을 묘사한다.

한때 사랑으로 가득 찼던 부부의 집은 이제 같은 목적을 상실하고 각자의 고통에 갇힌 이들의 ‘감정적 고립 공간’으로 변모한다.

지연이 깊은 잠이 들지 못하는 불면의 밤을 보내는 동안, 도진 역시 깊은 통잠(Deprivation)을 이루지 못하는 소진된 상태에 놓여 있음을 사실적으로 표현한다.

이 영화가 깊은 공감을 얻는 지점은 이들이 평범함이라는 굴레 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수많은 부부가 누리는 자연스러운 임신과 출산, 그리고 아이를 중심으로 완성되는 보편적인 삶의 궤도에서 이들 부부는 이탈한다.

주변의 시선과 스스로 정한 정상 가족의 기준에서 멀어질수록, 아이의 부재는 단순한 결핍이 아닌 흠결로 지연에게 다가온다.

결국 이들의 집착과 절망은 ‘아이 없는 삶은 미완성’이라는 사회적 관념과 보편적 행복을 향한 개인적 갈망 사이에서 비롯된다.

영화는 아이가 없음으로 인해 훼손되는 일상의 평온함, 즉 ‘통잠’처럼 편안해야 할 삶이 어떻게 산산조각이 나는지 냉정하게 보여주며, 아이의 결핍이 두 사람의 모든 것을 갉아먹는 무게를 스크린 위에 고스란히 옮겨 놓는다.

이도진 감독의 실제 난임 경험이 투영된 시나리오는 영화의 사실성을 극대화하는 동력이 되었다.

영화는 병원의 익숙한 복도, 일상적인 부부의 침묵 속 대화 등 지극히 평범한 공간을 배경으로 절망적인 심리 상태를 밀도 있게 그려낸다.

영화 <통잠>은 난임이라는 특수한 소재를 다루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 즉 포기할 수 없는 미련과 집착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우리는 삶에서 간절히 열망했으나 가질 수 없었던 수많은 대상을 경험한다.

이 영화는 그 열망이 좌절되었을 때, 한 인간이 어떻게 소진되고 고립되는지를 냉철하게 보여준다.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멕시코국립시네테카 개봉지원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통잠>은 담담하면서도 사실적으로 부서져 가는 인간의 심리를 보여준다.

끝없이 시도하고, 끝없이 무너지지만 포기할 수 없는 마음은 그 강도가 높아질수록 집착으로 변하게 된다.

또한, 보편적이라고 생각되는 삶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은 비단, 난임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영화를 통해 평범이라던가 정상이라는 범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면 좋을 것 같다. 영화 <통잠>은 오는 19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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