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씁쓸한 영화
감독이 중간에 계약해지 돼, 제목과 개봉일을 바꾼 영화 <소주전쟁>이 어렵게 개봉을 확정지었다.
오는 30일 개봉을 확정지은 <소주전쟁>이 부랴부랴 개봉 하루 전 기자시사회를 개최했다.
1997년 IMF로 기업의 부도가 이어지던 시기, 술 소비량 1위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절대 망할 것 같지 않던 소주업체 ‘국보’(실제로는 ‘진로’)가 부도 위기를 맞자, 글로벌 컨설팅그룹 솔퀸이 싸게 인수해 비싸게 팔 생각으로 국보에 접근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이 과정에서 국보의 화의(和議) 신청을 맡았던 로펌과 접촉해 해당 로펌이 알고 있는 국보의 약점을 이용해 파산케 한 후, 싼 가격에 회사를 사들여 본인들이 목표했던 2조 2천억 원을 훨씬 웃도는 3조 4천억 원에 되판다.
당초 이 시나리오는 연출을 맡았던 최윤진 감독이 단독으로 쓴 것으로 알려졌으나, 제작과정에서 박현우 작가가 원작자라는 게 밝혀져 최 감독을 해촉했다.
이로 인해 소송이 진행 중이며, 결국 이날 기자시사회에도 감독 없이 배우들만 참석해 기자간담회를 이어갔다.
이제훈이 솔퀸의 팀장을 맡아 국보에 접근하는 악덕 기업사냥꾼 역을 맡았고, 회사가 부도위기임에도 내기 골프나 치는 국보의 회장 역은 손현주가 맡았다.
또, 회사에 충성하고, 직원들을 걱정하는 국보 재무이사 역은 유해진이 맡았고, 국보의 화의 신청을 통해 얻은 정보를 솔퀸에 제공하는 로펌 대표 역은 최영준이, 국보 사냥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솔퀸의 홍콩 본부장 역은 바이런 만이 맡았다.
당시 이른바 ‘선진금융’에 당한 우리 기업들이 아직도 크게 변하지 않은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영화를 보고 나서 소주 한 잔이 생각날 수도 있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