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가치를 다시 일깨워
곰과 생쥐의 특별한 우정을 그린 애니메이션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멜로디 소동>이 11일 롯데시네마에서 단독 개봉한다.
가난하고 재능있는 음악가 곰 어네스트와 그의 친구 생쥐 셀레스틴은 평화롭게 살아간다.
그러나 겨울잠에서 깨어난 어네스트의 집은 텅 비었고, 생계를 이어갈 유일한 수단인 바이올린마저 셀레스틴의 실수로 망가진다.
이 바이올린은 전설적인 장인 옥타비우스가 만든 명품 악기인데, 그를 찾아가려면 어네스트가 결코 가고 싶어 하지 않는 고향 ‘샤라비’로 향해야 한다.
셀레스틴은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홀로 샤라비로 떠나고, 뒤늦게 이를 안 어네스트도 서둘러 그녀를 뒤따른다.
어네스트는 샤라비가 음악이 넘쳐흐르던 곳이라고 설명하나, 도착한 고향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모든 음악 연주가 금지되어 오직 ‘도’ 음만 연주할 수 있는 악법이 통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샤라비에 도착한 어네스트는 충격적인 사실과 마주한다. 이 모든 것들이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이었다.
가난한 음악가인 줄 알았던 그는 사실 샤라비 법조계 명문가의 후계자였다.
음악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판사의 자리를 버리고 가출했더니, 이에 분개한 그의 아버지가 아들을 통제하기 위해 음악 연주 금지법이라는 악법을 제정했던 것이다.
단 하나의 음만으로 연주해야 하는 음악에 만족할 이는 많지 않다.
이에 정체불명의 가면을 쓴 ‘미파솔’을 필두로 음악 지키기 운동이 활발히 전개된다.
음악을 지키려던 이들은 감옥에 갇히고, 악기들은 압수되어 어딘가로 옮겨진다.
애니메이션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멜로디 소동>은 수채화 같은 이름다운 작화로 동유럽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그림동화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섬세함과 푸근한 풍광은 관객에게 편안함을 선사한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배경 속에는 뼈아픈 과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높은 산맥에 둘러싸여 외부와 단절된 샤라비의 모습, 곳곳에 세워진 위협적인 조형물은 동유럽의 과거 독재체제를 연상시킨다.
특히 어네스트의 아버지가 만든 음악 연주 금지법은 과거 독재체제가 자유로운 사상을 가진 예술, 즉 인간의 감정을 움직이는 음악을 어떻게 억압했는지 시사한다.
이는 법을 통해 사람을 통제하고 자유로운 사고를 억압하며 순응하게 만드는 독재 권력의 전형을 비춘다.
또한, 아버지의 직업을 아들에게 물려준다는 의식이 당연시되는 사회는 개인의 자유와 개성을 억압하는 체제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러한 획일화 된 사회와 권력에 순응하는 것이 당연한 모습에 반기를 든 어네스트, 그리고 음악을 되찾기 위해 용감하게 나선 미파솔과 친구들의 ‘음악 지키기 운동’은 시민의 저항과 연대가 지닌 중요성을 일깨운다.
‘체제’, ‘권력’, ‘자유’와 같은 추상적인 개념들은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자유’와 ‘용기 내어 옳은 일을 하는 것’의 소중함을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전달한다.
반면 어른들에게는 단순히 재미를 넘어, 사회 비판, 예술의 자유와 가치, 부모와 자녀 관계 등 다양한 시사점을 던진다.
억압 받는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각박한 세상 속에서 우리가 잊고 지냈던 소중한 가치들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