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고, 잊힌 것들에 관한 이야기
가까운 미래, 제주도로 이주 정책이 시행되고, 인간을 닮은 인공지능 로봇이 보편화된 시대다.
사람을 돕는 헬퍼봇인 올리버(신주협 분)는 늘 신문과 잡지를 주문하고, 똑같은 배달원한테 늘 똑같이 말한다. “항상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층에 사는 다른 헬퍼봇 클레어(강혜인 분)가 충전기가 고장났다며 빌리러 온다.
환경오염 때문에 더 이상 헬퍼봇 생산을 하지 않기로 정부에서 정한 까닭에 헬퍼봇 유지보수를 위한 장비의 생산도 중단되었다.
올리버는 8년 전 제주도로 간 주인 제임스(유준상 분)가 언제 올지 모른다며 거절하지만, 클레어의 간청에 그러면 제임스가 돌아오기 전까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충전하러 오라고 한다.
다음 날 오전 9시 30분이 돼서야 클레어가 오고, 둘이 대화를 나누다가 이렇게 오랫동안 제임스가 안 오는 것 보면 무슨 일이 생긴 것 같다며, 올리버가 직접 제주도에 가겠다고 한다.
과거 주인과 반딧불이를 보러 제주도에 갔던 클레어가 동행하기로 하고, 이미 구형 모델이 된 둘은 인간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최대한 인간인 척 하기로 한다.
그러려면 둘이 사귀는 사이이고, 어떻게 처음에 만나게 됐는지 자세하게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렇게 둘의 여정이 이어지면서 올리버와 클레어는 서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사랑하기에 오히려 가슴 아픈 일을 경험하자, 클레어가 힘들어한다. 결국 클레어는 서로의 메모리를 지우고, 여기서 그만두자고 한다.
영화 <어쩌면 해피엔딩>은 대학로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영화다.
2018년 재연 무대에서 클레어와 올리버로 호흡을 맞춘 강혜인과 신주협이 영화에서도 연기 호흡을 맞췄다.
인간처럼 심장을 가진 존재가 아닌 로봇이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사랑 때문에 아파하는 모습을 그렸다는 점이 특이점이다.
8년째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찾아 길을 떠나는 내용이 오히려 영화로 보여줄 때 더 잘 표현할 수 있겠다고 싶어 영상화를 결심했다는 게 이원회 감독의 설명.
또 올리버의 주인 제임스 역에 유준상이 캐스팅 됐는데, 평소 독립영화에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뮤지컬 영화가 잘 될지 궁금해 유준상이 기꺼이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최근 미국에서 동명의 뮤지컬이 토니상을 수상했지만, 배급사 측은 해당 작품과 관련 없는 작품이라며, 이 영화는 브로드웨이 버전의 원작인 대학로 창작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마도 라이센스 문제로 이 영화의 홍보에 있어서 토니상 수상과 무관하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은 같다.
다만,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클레어의 서사가 추가되고, 일부 넘버가 빠지는 등 내용상의 변화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버려지고, 잊힌 것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어쩌면 해피엔딩>은 내일(2일) 메가박스에서 단독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