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같던 교도관, 그도 사람이었다
교복 입은 여학생이 두어 번 주위를 살피더니 허름한 여관에 들어간다.
잠시 후, 밥 안 먹냐는 여관 주인한테 ‘이모’라 부르며 지금은 밥 생각이 없다고 한다.
역시 다음날도 학교를 마친 후, 또 용아장에 간다. 오늘은 여관 옥상에서 편의점 햄버거로 끼니를 해결한다.
사실 준영(김보민 분)은 여관에서 혼자 장기투숙 중이다. 엄마(옥지영 분)는 교도소에 있고, 외할머니는 오늘 세상을 떠났다.
교도소 측에서 준영이 엄마의 특별 귀휴(歸休)를 심사했지만, 평소 모친과 서로 왕래가 없던 사이라 승인이 안 됐다.
마음이 쓰였는지 후배 교도관이 태저(송지효 분)한테 우리가 대신 빈소에 다녀오면 어떻겠냐고 묻는다.
태저는 우리가 고인을 아는 것도 아닌데 오버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친구 부모님은 아는 사이여서 장례식장에 가냐는 반문에 뭐라 못한다.
결국 혜림과 태저가 조문 가고, 홀로 빈소를 지키는 준영과 마주한다.
다른 어른들은 자러 가고, 준영이한테 향 꺼뜨리지 말라고 해서 혼자 있다는 말을 듣고 태저가 놀란다.
태저 일행이 간 후, 어른들이 나와서 준영한테 “넌 안 자니?”라고 묻는다. 연불이 나서 “자라고 안 했잖아요!”라고 하니 자기 엄마 닮았다며 한소리한다.
몇날 며칠 고민하다가 준영이 얼마 전 빈소에서 받은 태저의 연락처로 문자를 보낸다.
그렇게 둘이 만난다. 준영은 다른 사람과 달리 태저한테는 엄마 얘기를 안 해도 돼서 편안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불안하면 몸이 아픈데, 지금은 안 아프다고 한다. 그는 태저한테 다음에 또 보자고 한다.
당황스러우면서도 준영의 말이 신경 쓰여서였을까? 태저는 준영이 여관에 들어간 후, 여관 주인을 따로 만나 이것저것 묻는다.
준영이의 엄마 미영이 여관 주인과 통화하던 중 태저가 준영이를 만났다는 걸 듣게 되고, 통화를 감청하던 교도관이 태저의 상관한테 이를 보고한다.
준영이와 만나면서 인간적 연민을 느끼게 된 태저가 준영과 미영을 ‘만남의 집’에서 만나게 해 주려고 애쓴다.
영화 <만남의 집>은 엄마가 교도소에 들어간 상황에서 홀로 남은 미성년자 준영이 과거 엄마랑 인연이 있는 아줌마가 운영하는 여관에서 지내던 중 엄마의 담당 교도관이 찾아오면서 겪게 되는 감정의 변화를 그린 작품이다.
‘432번’ 이미영의 담당 교도관인 정태저는 마치 로봇 같은 FM 교도관이다. 인간미라고 하나도 없는 그녀는 사실 일을 하면서 이렇게 변한 것이다.
그런 태저가 미영의 딸 준영이를 만나면서 점점 인간적으로 변해간다.
이와 관련해 태저 역을 맡은 송지효는 지난달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래 감정이 풍부했지만 일하면서 무뚝뚝해진 태저의 모습이 공감됐다”며 태저가 감정을 찾아가는 장면을 찍으면서 치유가 됐다고 한다.
또 대체 나한테 왜 이런 역을 제안했는지 의심을 많이 했는데, 본인도 (예능에서 보여지는 모습과 달리) 밝고 에너지가 강한 사람이 아니라 태저와 닮아서, (촬영할 때) 좋았다고 했다.
잔잔한 감정의 변화를 그린 탓에 재미있는 영화라고 하긴 뭣하지만, 로봇 같던 FM 교도관이 점점 인간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흥미로운 영화 <만남의 집>은 이달 1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