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생의 현실 잘 그려

모교에 취업설명회를 가게 된 김영현B(정순범 분). 선배 대신 취업설명회에 가게 된 그가 홀로 고교시절을 회상하며 영화가 시작된다.
인문계고에 다니던 영현이 공고로 전학하고, 동명이인의 같은 반 친구를 만난다.
기숙사까지 같은 방을 쓰게 되면서 둘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취업을 도와준다.
전학 온 영현B는 공고라고 질 나쁜 애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느낀다. 하지만, 좀 더 친해지자 친구들 때문에 학교 밖에 나가 술을 사기도 한다.
그렇게 학교생활에 적응해 가고, 그럴수록 영현B는 솔직하지 못한 자기 모습을 발견한다.
대기업을 목표로 준비 중인 영현A(민우석 분)와 달리, 공고 생활을 한 지 얼마 안 된 영현B는 자기 수준에 맞는 회사에 취업할 생각을 한다.
하지만 담임이 인문계고 출신이라 성적이 좋은 영현B한테 영현A가 목표로 한 대기업에 지원해 보라고 부추기자 그렇게 하겠노라 대답한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모교에 취업설명회를 하러 간 영현B가 옛 담임으로부터 과거의 진실을 듣게 된다.
영화 <우리의 이름>은 이상록 감독의 경험이 녹아있는 영화다. 그는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의 내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생각해 보니, 특성화고에 다니던 시절이 떠올랐다”며 학창시절부터 꿈꾸던 영화라는 목표로부터 도망가던 게 떠올라 영현(극 중 영현A는 마지막에 영화감독이 돼서, 자기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이라는 캐릭터를 만들고, 종수, 주왕이라는 캐릭터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영화 속 캐릭터들을 본인이 만들긴 했지만, 배우들과 많이 대화를 나누며 캐릭터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19살이라는 나이에 취업전선에 뛰어든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잊고 지내던 꿈에 관해 이야기한다.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자격증도 여러 개 취득하면서 준비하던 영현A는 결국 그 기회를 영현B한테 양보한다.
그리고 몇 년 후, 자기도 잊고 살던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고, 본인의 고교시절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
한편, 영화는 ‘죽음의 외주화’에 관해서도 지적한다. 취업연계 현장실습을 나간 주왕(김태현 분)이 아직 깜냥이 안 되는 일을 하도록 지시받고 수행하다가 결국 운명을 달리한다.
이를 통해 기업에서 값싼 노동력인 실습생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여준다.
이렇듯 이 영화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다. 종수(이상하 분)라는 캐릭터가 극에 약간의 활력을 더하는 역할을 하지만, 그 내용만큼은 가볍게 볼 영화는 아니다, 26일 개봉.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