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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 속 빛나는 해방

영화 발코니의 여자들 스틸컷

영화 <발코니의 여자들>은 찌는 듯한 여름의 마르세유, 숨 막히는 더위만큼이나 답답한 현실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에게 강렬한 질문을 던진다.

단순한 코미디, 범죄 스릴러를 넘어 여성의 억압, 폭력, 그리고 그로부터의 해방을 적나라하고 직설적으로 묘사하며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영화의 도입부는 충격적이다. 주인공 니콜의 윗집에 사는 드니스가 남편의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 결국 삽으로 그를 살해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죽은 듯 누워있던 드니스는 남편의 발길질과 물벼락에 반응하듯 돌변하여 폭력의 고리를 끊어낸다.

남편 살해 후 불안 대신 안도감의 미소를 짓는 그녀의 얼굴에는 맞아 생긴 멍과 상처가 선명하다.

드니스는 아랫집 니콜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으며 웃음을 참을 수 없다고 고백하고, 니콜 역시 애써 웃음을 참는 모습은 영화가 다룰 피해자의 역설적인 해방감을 암시한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니콜과 그녀의 룸메이트 루비, 그리고 친구 엘리즈가 등장하며 전개된다. 니콜은 자신의 발코니에서 건너편 집의 잘생긴 남자를 훔쳐보며 그를 소설의 소재로 활용하는 등, 여성의 시선과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특히 루비의 캐릭터는 이러한 주제를 더욱 강화한다.

발코니에서 상의를 탈의한 채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는 루비는 “그저 가슴일 뿐”이라며 남의 시선을 개의치 않는다.

남성들이 흔히 공공장소에서 상의를 탈의해도 아무렇지 않게 여겨지는 사회적 통념에 반해, 여성의 신체 노출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를 꼬집는 대목이다.

등 뒤의 화상 자국마저 예술로 승화하는 루비의 모습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의 몸을 주체적으로 재탈환하려는 해방감과 자유를 상징한다.

영화는 친구 엘리즈가 갑작스럽게 합류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엘리즈의 차가 건너편 남자의 차를 긁는 작은 사고가 발단이 되어, 세 친구는 그 남자의 집에서 파티를 벌인다.

흥겨웠던 파티 다음 날, 그 남자는 시체가 되어 발견된다.

영화는 이때부터 살인, 시체 은닉, 손괴, 유기라는 파격적인 내용으로 치닫는다.

<발코니의 여자들>이 던지는 핵심적인 질문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에 대한 모호성이다. 가정 폭력에 시달려온 드니스는 피해자였지만 남편을 살해하며 가해자가 된다.

마찬가지로 세 여성은 건너편 남자의 죽음으로 가해자의 위치에 놓인다.

그러나 영화는 이들의 행동을 단순한 범죄로만 그리지 않는다.

죽은 남성은 유령이 되어 여성들을 괴롭히는데, 이는 피해자였던 여성들이 가해자가 되었음에도 과거의 트라우마가 유령처럼 남아 그들을 계속해서 괴롭히고 있음을 상징한다.

유령은 자신이 가해한 건 것은 기억하지 못하고 오직 자신이 피해 입은 것만 억울해 하며, 이는 폭력의 연쇄 속에서 역할이 뒤바뀌는 복잡한 인간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엘리즈와 남편의 관계는 또 다른 형태의 폭력을 드러낸다. 임신 사실도 모른 채 남편을 찾아갔다 길에서 쓰러진 엘리즈는 병원에서 임신 진단을 받고 이마와 무릎에 상처를 입는다.

그러나 호텔에서 만난 남편은 그녀의 거부에도 부부 관계를 요구하고 결국 성폭행까지 이어진다.

남편은 관계를 거부한 엘리즈에게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여기며, 엘리즈의 상처나 기분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는 힘과 위계에 따른 성폭행, 그리고 가부장제 속에서 용인되는 폭행을 보여주며 사회적 통념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오랜 시간 자행되어 온 사회적 폭력에 여성들이 개인적으로 복수하는 형태를 취한다. 억압 받아 온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었을 때, 우리는 그들을 어떤 태도로 바라봐야 하는지,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어야만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영화 <발코니의 여자들>은 이처럼 잔인하고 민감한 주제들을 코미디, 호러, 판타지를 결합한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적나라하고 때로는 불편할 수 있는 장면들, 특히 여성의 신체 노출과 폭력 묘사는 단순히 자극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는 인물들의 절박함과 상황의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동시에, 사회적 통념을 벗어나려는 해방과 자유를 상징한다.

루비의 상의 탈의가 도발적으로 느껴진다면, 그것이 사회 통념에 대한 도전으로 느껴져서인지, 혹은 여전히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보기 때문인지 불편하더라도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할 문제이다.

영화 <발코니의 여자들>은 관객에게 시각적, 심리적 불편함을 주면서도 여성들이 겪는 억압, 폭력, 그리고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강렬한 욕망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는 사회가 오랫동안 외면해온 질문들을 다시금 표면 위로 끌어 올리며, 깊은 울림을 남길 것이다.

영화 <발코니의 여자들>은 오는 9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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