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하게 메꾸는 부재의 틈
화려한 액션이나 격정적인 로맨스 대신, 삶의 틈새를 채우는 깊은 공백을 조명한 영화가 있다.
바로 중국 우랑 감독의 <부재>이다. 배우 이강생과 이몽의 절제된 연기, 그리고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만나 10년이라는 시간의 틈을 조용히 그려냈다.
영화는 10년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고향인 하이난섬으로 돌아온 남자, 한장유(이강생 분)의 쓸쓸한 뒷모습으로 시작한다.
그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옛 연인 수홍(이몽 분)의 곁. 미용실을 운영하며 딸과 살아가고 있는 그녀에게 한장유의 등장은 낯설기만 하다.
10년이라는 물리적인 부재가 만든 틈 앞에서 두 사람은 어색함에 휩싸인다. 하지만 수홍은 결혼을 결심한다. 한장유와 결혼하면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현실적인 조건 때문이다.
지긋지긋한 삶에서 벗어나 안정된 미래를 소유하고 싶었던 그녀의 간절한 욕망은, 안타깝게도 아파트 건설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와 맞물리며 깊은 갈등을 빚어낸다.
아파트는 안정된 미래와 행복의 표상처럼 여겨진다. 빠른 발전 속에서 아파트를 소유하려는 열망은 단순히 꿈을 넘어선다.
그러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아파트 건설이 중단되자, 이들은 당장 돈 한 푼 없이 살던 집에서도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이 좌절 앞에서 그들이 선택한 것은 미완성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것이다. 비바람이라도 피하고 몸을 누일 수 있는 공간이 절박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실이다.
미완성된 아파트 건설 현장에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바로 이 지점에서 ‘집이란 과연 어떤 의미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물이나 전기 같은 필수적인 편의시설조차 없는 건설 현장. 과연 그곳을 ‘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영화는 그곳에서도 편안하게 아침을 맞이하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답을 제시한다.
소유와 욕망의 대상인 ‘집’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그 공간이 ‘집’이 될 수 있다는 중요한 의미를 깨닫게 한다.
아름다운 하이난섬의 풍광은 현실에 짓눌린 주인공들의 불확실한 미래와 겹치며 묘한 아이러니를 자아낸다.
서로의 부재로 인해 멀어졌던 틈은 그렇게 채워지며, 앞으로의 희망을 담고 있다.
영화 <부재>는 오는 27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