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받기 위한 애처로운 몸부림
영화 <수연의 선율>은 단순히 고아 소녀의 생존기를 넘어, 사랑받기 위한 아이들의 애처로운 몸부림과 그 이면에 감춰진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심도 있게 탐구하는 작품이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초록뱀미디어상과 CGK촬영상을 수상하며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는 할머니의 죽음으로 홀로 남겨진 13살 수연(김보민 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유일한 보호자인 할아버지마저 실종된 상황에서, 수연은 보육시설로 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보호자를 찾아 나선다.
혼자 살고 있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고 범죄의 대상이 될 위험에 처하는 등 보호 받지 못하는 환경에 놓인 수연의 현실은 보는 이의 마음을 저미게 한다.
그러던 수연은 우연히 유튜브에서 7살 아이 선율(최이랑 분)을 입양해 행복한 일상을 공유하는 한 가족의 모습을 접한다.
이 완벽해 보이는 가족이 추가 입양 계획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수연은, 그들의 일원이 되는 것을 꿈꾸며 선율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완벽한 가족의 일원이 되기 위해 거짓말도 서슴지 않고, 영악하게 환심을 사는 수연의 모습은 어른들의 사랑을 갈구하는 아이의 애처로운 노력으로 비친다.
하지만, 만남을 거듭할수록 선율의 행동에서 이상한 점이 포착된다.
수연과 있을 때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선율이, 가족 앞에서는 거의 말을 하지 않고 멍하게 있거나 어딘가 모자란 듯 행동하는 것이다. 이는 엄마가 좋아하는 모습이기 때문.
“사랑받으려면 착하게 굴어야 한다”라는 보육원 교사의 말처럼, 선율은 사랑 받기 위해 엄마가 원하는 딸의 모습을 연기하고 있었다.
영화 속 수연은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처를 안고, 학교에서는 놀림과 괴롭힘에 시달린다.
선율은 사랑 받기 위해 자신의 본모습을 감추고 연기한다. 이 두 아이는 비록 방법은 다르지만, 당연히 받아야 할 사랑을 필사적인 노력으로, 때로는 영악하게, 혹은 바보처럼 굴면서 사랑 받으려 애쓴다.
어른들로 인해 상처 받고 사랑을 위해 몸부림치는 아이들의 애처로운 심리 상태는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영화는 가족의 의미와 어른의 책임에 대해서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버려진 아이는 자신의 의지로 버려진 것이 아니며, 부모의 무책임한 행동은 아이들에게 평생의 상처로 남는다. 심지어 수연의 실종된 할아버지는 노숙으로 인해 몸이 병들었고, 오히려 어린 수연이 보호해야 할 처지에 놓이기도 한다.
또한, 입양한 아이와 행복한 가정을 연기하며 유튜브에 일상을 공개하지만 실제로는 아이를 방임하는 부모의 모습은 겉모습만으로는 판단하기 힘든 가족의 이면을 보여준다.
영화 <수연의 선율>은 겉으로 보이는 행복이 전부는 아니며, 어른들의 책임감 부재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 수 있는지를 직시하게 한다.
과연 가족은 무엇이며, 아이에게 어떤 환경이 진정한 행복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오랜 여운을 남길 것이다. 8월 6일 개봉.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