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기준을 제시하는 영화
인도에서 고아원을 운영 중인 이자벨(미셸 윌리엄스 분)은 기존 후원자가 뉴욕에 오면 200만불을 준다는 말에 마지못해 뉴욕으로 간다.
거대 미디어기업 호라이즌의 CEO인 테레사(줄리안 무어 분)는 그녀에게 호텔 스위트룸은 물론 컨시어지 서비스와 전용 리무진까지 내어 준다.
뉴욕 태생이지만 오랫동안 인도에서 문명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던 이자벨에겐 과분한 대접이다.
그런 그녀에게 테레사는 주말에 자기 딸 그레이스(애비 퀸 분)의 결혼식에 와 달라고 부탁(?)한다.
아무리 거액의 후원을 할 것이고, 극진한 대접도 감사하지만 얼른 후원 이야기를 매듭짓기는커녕 주말에 자기 딸 결혼식에 참석하라니 갑질도 이런 갑질이 없구나 싶어 이자벨은 열불이 난다.
마지못해 그레이스의 결혼식에 참석한 이자벨은 그곳에서 그레이스의 아버지가 젊은 시절 자기와 아이까지 낳았던 오스카(빌리 크루덥 분)라는 걸 알게 된다.
게다가 피로연장에서 그레이스가 테레사의 친딸이 아님을 알게 되고, 직감적으로 18살에 자기가 낳은 딸이 그레이스임을 눈치 챈다.
둘 다 너무 어려서 그레이스를 낳은 후 입양을 보내기로 합의했으나, 자기 몰래 여태껏 오스카가 그레이스를 키우고 있었음을 알고 이자벨은 당황스럽다.
당시 이자벨 입장에서는 너무 어리고, 경제적 능력도 없기에 아이를 낳는 것까지가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고, 오스카 입장에서는 평생 다른 사람이 키우는 것보다 친부인 자신이 키우는 게 낫겠다 싶어 입양 보내려던 마음을 접고 자신이 직접 그레이스를 키웠던 것.
둘 다 부모로서 충분히 가질 수 있는 마음이어서 이해가 된다.
그레이스 역시 이자벨이 자신의 친모임을 알게 되고, 같은 여자로서 그리고 이제 곧 엄마가 될 사람으로서 이자벨을 이해해 준다.
그레이스의 계모인 테레사는 그레이스의 친모인 이자벨에게 그레이스와 두 사람이 공동대표를 맡아 재단을 만들면 6년 동안 2천만불을 후원하겠다고 제안한다.
뉴욕에 오면 주겠다던 금액의 10배를 주겠다고 하니 이자벨 입장에선 솔깃한 제안이지만, 재단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탓에 인도에 돌아가지 말고 뉴욕에 머물면서 재단 경영에 매진해야 한다는 조건이 걸린다.
벌써부터 인도에 있는 아이들이 눈에 밟히는 이자벨은 인도로 돌아가 자신이 가장 아끼는 제이라는 아이에게 같이 뉴욕에 가서 살자고 말하지만 제이는 (아무리 뉴욕이 발전하고, 화려한 도시여도) 친구들이 있는 이곳에 살고 싶다고 말한다.
자칫 계모가 생모를 딸의 결혼식에 초대한다는 설정이 자극적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이 영화의 핵심은 행복이 무엇인가에 있다.
‘불장난’인지 ‘사랑’인지 모르겠으나 어린 나이에 아이를 임신하게 된 이자벨은 아직은 아이 키울 능력이 안 돼 입양을 보내는 것이 아이에게 더 나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고, 아이 아빠인 오스카 입장에선 입양 보낸 후 평생 후회하는 것보다 아이가 친부인 자신과 사는 것이 아이와 자기 모두 행복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또 그레이스가 1살 때 그레이스의 엄마가 된 테레사는 여태껏 그레이스를 친딸처럼 지극정성으로 키우며 그레이스가 행복한 삶을 살도록 최선을 다했다.
여기에 더해 이자벨이 운영하는 고아원의 아이들은 비록 주거환경이 열악하고, 부모도 없는 고아임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아가는 동시에 이자벨에게 행복을 선사한다.
이 영화는 꼭 행복의 기준이 돈에 있지 않다고 말한다. 행복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누구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행복의 기준을 제시하는 영화 <애프터 웨딩 인 뉴욕>은 오는 23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