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과 추녀에 대한 사람들 시선이…
영화 <부산행>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이 저예산으로도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2억 원으로 만든 영화 <얼굴>이 우리 시각으로 오늘(10일) 새벽 토론토에서 세계 최초로 상영된 데 이어, 같은 날 오후 서울에서도 기자들에게 공개됐다.
청풍전각을 운영하며 홀로 아들(박정민 분)을 키운 시각장애인 전각 장인 임영규(권해효 분)에 대해 방송사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을 하기 위해 인터뷰한다.
아들을 혼자 어떻게 키웠냐는 PD(한지현 분)의 질문에 갑자기 당황한 영규가 잠시 쉬었다가 하자며 자리를 뜬다.
쉬는 동안 김 PD가 영규의 옛날 사진을 보면서 동환과 정말 닮았다고 한다.
촬영을 마친 후, 아버지랑 대화를 나누던 동환에게 정영희라는 사람이 죽었다는 연락이 온다. 그게 누구냐고 하니, 동환의 엄마란다.
시신을 확인하러 가니 해골이 하나 놓여있다. 경찰 말로는 40년 전에 매장된 것 같다며, 시신에서 발견된 주민등록증을 건넨다. 이름 석 자만 남아있고 사진이 지워졌다.
제대로 기억도 안 나는 엄마에 관해 아빠에게 물어도 그냥 집 나가서 안 들어온 줄 알았다고만 한다.
사진도 없이 빈소를 꾸린 상황에서 김 PD가 편성이 끝나서 촬영에 지장 생기면 안 되니,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 한다.
그때 본 적도 없는 엄마의 언니들과 조카가 찾아와 엄마 앞으로 남겨둔 유산을 나눌 생각이 없다고 한다.
지금껏 엄마가 가족도 없는 줄 알고 산 데다 40년 전에 돌아가신 분을 두고 무슨 유산 타령인가 싶어 동환이 알겠다고 한다.
대신 영정사진으로 쓰게 엄마 사진을 달라고 하니, 못 생겨서 사진 찍은 게 없다고 한다.
고인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해 동환이 이모들한테 화낸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PD가 영규의 사연보다 영희의 사연이 더 재미있겠다 싶어서 촬영 방향을 바꾼다.
김 PD는 영희가 결혼 전 청풍피복에서 근무한 걸 알아내 그때 같이 일한 이들을 만나러 간다.
그들 말로는 어느 날 갑자기 공장에 안 나와서 도망간 줄 알았다며, 얼굴이 그 모양이라 ‘똥걸레’로 불렸다고 한다.
대체 어떻게 생겼냐는 질문에 “아무튼 안 좋아. 못 생겼어.”라는 답이 돌아온다.
하지만, 착해서 딱히 원한을 살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김 PD는 스토리가 나오겠다 싶어서 신이 나지만, 동환은 이모들에 이어 또 엄마가 못 생겼다는 소리를 하니 착잡하다.
다음날, 당시 같이 일한 재봉사를 만나러 가니, 자기가 영희 언니한테 못할 짓을 해서 저 세상에 간 것 같다며, 자기한테도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당시 자기가 사장(임성재 분)한테 강간당한 걸 안 영희가 사장한테 대신 따지자, 사장이 자기와 영희를 자르니 영희가 백 사장이 강간범이라는 전단을 뿌렸다고.
이에 진숙은 영희 때문에 백 사장이 강간범인 것보다 누가 강간당했는지에 사람들이 더 관심 갖게 돼 자기가 망신당할까 봐 영희의 뺨을 후려갈겼다고 한다.
김 PD는 당시 청풍피복 백주상 사장을 만나 어차피 공소시효가 지났으니, 영희에 관해 말해 달라고 한다.
백 사장은 공소시효가 지났으면 안 된다며, 장님(영희의 남편)이 죽였다고 말한다.
얘기를 듣던 동환이 흥분해서 주상에게 달려들자, 김 PD가 “이런 식으로 해결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김 PD의 말에 동환이 더 화낸다.
영화 <얼굴>은 시각장애인인 아버지는 본 적 없고, 동환은 너무 어릴 때라 기억도 안 나는 엄마의 얼굴을 찾아나서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앞서 말했듯이 연상호 감독이 저예산으로도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처음에 1억 원으로 제작하려고 했으나, 너무 부족한 예산이라 2억 원으로 제작한 영화다.
연 감독은 토론토 현지에서 서울의 기자들과 화상기자간담회를 통해 퀄리티가 낮더라도 시작해 보자고 생각했는데, 박정민이 출연료 없이 출연을 결심하면서, 함께 하기로 한 스태프들의 퀄리티도 높아졌다며, 이걸 시스템으로 만들어 보려 했으나 20억 원은 들 것 같아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또 토론토 현지 반응에 대해 “이곳에서도 박정민은 스타”라며 1,800석의 객석이 꽉 찬 상황에서 현지시각으로 밤 12시 넘어서까지 GV(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이에 권해효는 걱정했지만, 관객의 반응이 좋아서 한국에서의 개봉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을 보탰다.
이 영화에서 박정민은 젊은 시절의 아버지와 현재의 아들 1인 2역을 맡았고, 권해효는 현재의 아버지 역을 맡아 둘 다 시각장애인 연기를 선보였다.
이와 관련해 특별히 감독의 주문이 있었냐는 질문에 권해효는 “특별한 디렉팅은 없었다”며 장인어른이 시각장애인이라 늘 지켜봐 온 터라 이를 연기에 녹여냈다고 말했고, 박정민은 이 영화를 통해 시각장애인인 아버지의 삶을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 짜증 연기가 자연스러웠다는 말에 박정민은 앞에 있는 분들이 짜증을 유발해서 크게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화 내내 영규의 아내 얼굴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이에 대해 연 감독은 임영규의 뒤틀린 내면으로 관객을 안내하는 영화인데, 임영규가 뒤틀린 동력이 (임영규가 볼 수 없는) 정영희의 얼굴이라고 생각해서 관객도 영희의 얼굴을 볼 수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신현빈은 연기할 때 두려우면서도 재미있었다며, 관객들이 영희의 얼굴을 상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얼굴로 시작해 사회의 편견으로 이어지는 영화 <얼굴>은 11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