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진정한 자유인가?
<제75회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노미네이트, 심사위원 인기상을 받은 영화 <로데오>가 오는 21일 개봉한다.
영화 <로데오>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남기 위한 줄리아의 처절한 몸부림을 그린 작품으로, 칸 영화제 외에도 밴쿠버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다수의 영화제에서 주목 받았다.
영화는 거친 화면으로 시작하고, 외박 중이던 줄리아가 오토바이를 도난 당해 다시 찾으러 가려하자, 가족이 제지하는 모습이 이어진다.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줄리아를 못마땅하게 여긴 가족들은 오토바이 도난 사실보다 줄리아의 외박을 문제 삼는다.
오토바이를 탈 수 없게 된 줄리아는 휴대폰으로 오토바이 영상을 보며 집을 나가고, 결국 다른 오토바이를 훔치게 된다.
훔친 오토바이를 타고 불법 집회에 참여했다가 오토바이를 도난 당한 줄리아는 은밀하고 예측 불가능한 모터사이클 패거리와 얽히게 된다.
갈 곳 없던 줄리아에게 패거리의 보스는 위험한 제안을 하고, 줄리아는 이를 수락한다.
하지만 제안을 받아들였음에도 집단 내에서 쉽게 인정받지 못한다.
이에 점점 더 위험하고 강도 높은 일에 가담하면서 범죄의 세계에 깊숙이 발을 들이고, 그 과정에서 집단으로부터 조금씩 인정받기 시작한다.
다혈질적이고 독립심 강한 줄리아에게 오토바이는 뜨거운 열정의 대상이며, 오토바이에 몸을 맡길 때면 세상과 단절된 듯한 해방감을 느낀다.
훔친 오토바이를 타고 급히 자리를 뜨는 순간부터 영화 제목이 등장할 때까지 이어지는 질주 장면은 오토바이의 속도감을 통해 자유와 해방감을 느끼는 줄리아의 내면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오토바이를 여성이 즐기기에는 위험한 스포츠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여성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남성을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해당할 수 있는 위험이다.
영화는 물론 현실 사회에서도 여성에게 특정한 한계를 지으려 할 때 ‘위험하다’는 이유를 내세우곤 한다.
하지만 그 위험 부담 역시 개인의 선택으로 존중 받아야 한다.
남성이 오토바이 타기를 선택할 자유가 있듯, 여성 또한 마찬가지다.
영화 속 여성 대부분은 오토바이 뒷좌석에 앉거나 남성 운전자를 응원하는 모습으로 그려지지만, 오직 줄리아만이 그들의 세계에 뛰어들어 직접 오토바이를 탄다.
남성들은 줄리아를 ‘마녀’라 부르며 폄하하고, 이는 사회적으로 남성에게는 허용되지만, 여성에게는 제약이 많은 현실을 반영한다.
줄리아는 오토바이를 도난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외박했다는 이유로 자기한게 책임을 돌리는 사회의 시선과 마주한다.
집단에 합류하지 못했던 줄리아는 불법 집회에 참여한 날 바로 오토바이를 도난당하고, 이 사건 이후 더욱 집단에 집착하게 된다.
우연히 인연이 닿은 집단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놀림과 위협을 당하면서도 줄리아는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자신이 그 집단에 어울리는 사람임을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 위험한 일들을 찾아 나서는 것은 물론, 범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한다.
위험한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수록 동료로 인정해주는 이들이 늘어나자, 줄리아는 점점 더 대담하고 위험한 범죄에 가담하며 심지어 직접 범죄를 설계하는 적극성까지 보인다.
더욱 대담한 범죄를 계획하는 모습에서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줄리아의 몸부림이 안쓰럽게 느껴지는가 하면, 범죄에 대한 죄책감 없는 태도는 불안감을 자아낸다.
그러다 마침내 집단에 소속되기 위해 애쓰던 그녀가 그들을 주도하는 순간에 이르러 관객은 복합적인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한편, 줄리아와 대비되는 인물로 남편이 수감 중인 채 홀로 아이를 키우는 올리비아라는 여성이 등장한다.
남편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외출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올리비아는 육아 스트레스에 지쳐 있고, 자녀인 킬리안은 계속되는 집콕 생활에 답답함을 느껴 떼를 쓴다.
그런 올리비아에게 줄리아는 함께 드라이브를 가자고 제안하고, 올리비아는 그 순간 억눌렸던 감정에서 벗어나 해방감을 느낀다.
그렇게 가까워진 두 사람은 이전까지 다른 사람들이 올리비아 대신 장을 봐주었던 것이 사실은 남편이 아내에게 돈을 주면 도망갈까 봐 아내에게 돈을 주기 싫어서 그랬던 걸 알게 된다.
하지만 얼마 후, 감옥에 있던 올리비아의 남편이 줄리아와 같이 오토바이를 탄 사실을 알고 격분하자, 두 사람은 다시 만나기 어려워진다.
영화의 결말은 비록 작지만 의미 있는 해소의 순간을 선사한다.
올리비아는 줄리아가 소중히 여기던 목걸이와 함께 그녀가 정성껏 준비한 작은 선물을 받는다.
이는 줄리아가 스스로 쟁취한 자유처럼 올리비아 또한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것으로, 보는 이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준다.
오토바이가 중앙선을 넘나드는 것처럼, 남녀라는 사회적 경계를 넘어서는 줄리아의 모습은 위태로우면서도 동시에 자유로워 보인다.
마지막 장면에서 줄리아가 보여주는 자유와 해방감은 인상적이지만, 그것이 유일한 해소 점이었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결국 영화는 사회적인 문제 해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영화는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여성이 어떻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주체적인 존재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그리고 진정한 자유의 의미는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게 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